
어린이 장난감 전문업체인 손오공의 로봇완구 ‘터닝메카드’가 없어서 못 판다는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품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손오공이 완구 총판에 비인기 재고를 ‘밀어내기’하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완구 총판이 받은 물건을 다시 매입하는 중소 완구업체들 역시 비인기 제품을 터닝메카드와 ‘끼워팔기’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터닝메카드’ 제품의 가품들이 시중에서 무더기로 유통되고 있다. 가품 생산업체들이 워낙 소규모인데다 산발적으로 생겨나 단속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터닝메카드 정품의 경우 마트 등에서 1개당 1만6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비해 가품은 학교 주변 문방구 등에서 이 보다 8000원 정도가 저렴한 9000원대에 팔리고 있다. 정품은 미니카에 카드가 결합되면 로봇으로 변신하는 호환성이 특징이지만 가품의 경우 미니카에 충격을 가하기만 하면 로봇으로 변신하는 등 호환성이 없다.
이와 관련해 손오공은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유사품 및 가품 판별법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손오공은 상품의 패키지 앞면과 뒷면, 아랫면 확인을 통해 정품과 구별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패키지 앞면의 경우 가품은 터닝메카드(정품)→변신미니카(가품)이라고 적혀있었고 오른쪽 상단 특허상품 안내문구가 없다. 정품의 경우 중간 부분에 터닝메카드가 영문으로 표기됐지만, 가품은 한글 표기였고 오른쪽 아랫부분의 바코드 대신 손오공로고가 그려져 있다.
뒷면 역시 정품은 오른쪽 윗부분에 ‘TURNING MECARD’라고 영문표기가 돼있지만 가품은 ‘변신미니카’라고 국문표기 돼있다. 게다가 정품에는 왼쪽 아랫부분에 구글 모바일 게임 및 헬러 5.5안내 문구가 적혀있지만, 가품은 없다.
아랫면에는 정품의 경우 자율안전확인신고필증 번호,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품질표시, 손오공 로고 등이 새겨져 있지만 가품은 관련 표시가 없다.

◆ 손오공, 밀어내기→끼워팔기 연결고리?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품문제보다 더 논란이 되는 것은 터닝메카드 ‘끼워팔기’ 문제다.
터닝메카드를 사려고 해도 완구점에서는 단품이 아닌 세트밖에 안파는 데다 심지어 인기 없는 제품까지 묶어서 파는 통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제품의 가격은 ‘터닝메카드3종류+로봇1개(비인기 제품)’ 세트 기준 7~8만원을 호가한다.
이 같은 ‘끼워팔기’는 터닝메카드 제조사인 손오공의 ‘밀어내기’ 갑질에서 비롯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4일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손오공으로부터 완구 총판이 터닝메카드 한 박스를 납품 받으려면 비인기 완구 한 박스씩을 같이 구매해야 했다. 예컨데 완구 총판이 소비자가 2만1000원인 터닝메카드 56개들이 한 박스를 사려면 소비자가 6만5000원 가량인 로봇 12개들이 2박스를 함께 구매해야 하는 식이다. 떠안아야 하는 재고로봇은 당초 미니특공대였지만 최근 카봇으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손오공 측은 “일부 장난감 가게에서 끼워팔기하면서 우리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손오공이 애초 중소 완구업체에 끼워팔기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오공과 같은 대형 완구제조업체는 개별완구점과 직접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총반 5~6곳을 주 거래처로 둔 뒤 이 곳에 물건을 납품하고, 이후 총판에서 완구점에 물건을 판매하는 식이다. 즉, 손오공이 먼저 완구 총판에 밀어내기를 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유통고리인 중소 완구업체에서는 끼워팔기를 해서라도 이익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