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 자회사 농협유통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농협유통은 그동안 지역 농‧축협과의 상생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반성장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로써 농협유통은 ‘말뿐인 상생협력’ 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0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제35차 회의를 열고 13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로 2011년 도입돼 지금까지 총 4차례 진행됐다.
올해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19곳, ‘우수’와 ‘양호’ 등급을 받은 곳은 각각 37곳과 42곳, 가장 낮은 등급 ‘보통’을 받은 기업은 14곳이었다. 최하위 등급을 받은 14개 업체 중 농협유통과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는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아 눈총을 샀다.
특히 농협유통은 농협중앙회의 뿌리로 농민의 힘으로 만든 기업이다. 그러나 평가 결과, 이미 대기업 반열에 오른 농협은 동반 성장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농민단체 “오히려 농민 죽이는 형국”
최근 농협유통이 운영 중인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수입과일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5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대부분의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는 바나나와 오렌지, 파인애플, 포도 등 수입 농산물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 과일 증가로 국내산 매출이 줄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협이 수입 농산물 판매에 열을 올리니 농민이 주인인 기관이 오히려 농민을 죽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전농 충북도연맹이 5월 1일~18일까지 도내 15곳의 하나로마트 매장을 조사한 결과 10곳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필리핀산 망고와 뉴질랜드산 단호박, 미국산 오렌지와 체리, 칠레산 거봉 등 이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충북본부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일부 지역농협이 수입산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입농산물 취급을 규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충북본부는 작년에도 이미 수입 농산물 판매 금지 기준을 정해 지역농협에 공문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문에는 원형 수입 농산물은 판매를 금지하고, 어길 경우 판매장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농협중앙회 충북본부는 “지침을 어긴 하나로마트에 대한 지역농협의 관리가 느슨했던 것 같은데 더는 수입 농산물이 판매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