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거미줄’ 순환출자…안 푸나 못 푸나
롯데, ‘거미줄’ 순환출자…안 푸나 못 푸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1곳 대기업 순환출자고리 수 중 90.6% 차지
▲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롯데그룹의 경우 여전히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만은 여전히 ‘거미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5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주시소유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61곳 중 순환출자를 가지고 있는 집단은 11개였다. 순환출자 고리수는 총 459개로 지난해 483개였던 것과 비교해 24개 줄었다.

순환출자란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출자방식으로,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서로 출자하는 것을 뜻한다. 출자구조가 A사→B사→C사→A사와 같이 원 모양으로 순환하는 구조로 이뤄지며 국내 대기업은 이 방식을 통해 재벌 총수가 낮은 지분율 만으로도 추가 자본 없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동반부실 위험 등이 문제점으로 떠오르면서 점차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추세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416개로 대기업 61곳이 보유한 총 순환출자 고리수 459개의 90.6%를 차지했다. 이외 삼성(10개), 한솔(9개), 영풍(7개), 현대차(6개) 순 이었다. 롯데그룹은 2위를 차지한 삼성과 비교해 무려 449개나 많은 순환출자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7월 신규 순환 출자 금지제도 시행 후 현대와 KT, 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며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대기업 중에서도 복잡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당초 인수·합병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각 계열사들이 또 다시 신규 법인을 설립해 나가는 방식을 반복하다보니 거미줄 순환출자 양상을 띠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더 강해지는 효과는 있다.

롯데그룹은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고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올해 기존 417개 고리 중 단 1개만 줄인 것에 그쳤다. 이마저도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가 아닌 부산롯데호텔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 “실질적 노력 없다” 지적

이와 관련해 공정위 신봉삼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장은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면서도 “순환출자고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의 실질적인 노력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구조의 부작용은 소수에 불과한 재벌 총수에게 과도하게 경제력이 집중되고, 한 계열사가 흔들리면 다른 계열사도 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이에 지난해 7월부터는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은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단,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법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대기업에서 지배구조 투명화 및 책임 경영 등을 이유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 롯데의 순환출자고리 중 주 고리인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호텔 3사의 경우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왼쪽)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중간), 차남인 신동빈 회장(오른쪽)의 지분이 복잡하게 엮여있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뉴시스

◆ 일본롯데>한국롯데,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향한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롯데그룹만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와 한국롯데가 구분돼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수정을 위해서는 일본 롯데 측 허가가 필수다. 신격호 롯데총괄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올해 일본롯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롯데만 지배구조 수정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호텔의 경우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복잡하게 엮여있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정위 제재내용을 보면 ‘신규 순환출자’ 만을 불법으로 정하고 있어 기존 롯데의 순환출자고리 중 주 고리인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호텔 3사의 지배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