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과의 수의계약 방침을 굳힌 후 공정가치 산출을 위한 실사에 돌입한 가운데, 앞서 박삼구 회장이 어렵사리 탈환에 성공했던 금호고속을 되팔려 했던 사실이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칸서스PEF에 금호고속을 매각하는 구상을 세웠지만 금호산업 채권단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번달 중후반을 목표로 금호산업 가치 산출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사가 끝나면 박삼구 회장과 매각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호산업의 손자회사격인 금호터미널은 지난달 23일 금호고속 인수를 마무리했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모태격으로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함께 그룹 재건의 키로 꼽아온 회사이며, 박삼구 회장은 공공연하게 금호고속의 탈환 의지를 드러내다 대주주였던 IBK펀드 측과 법적 소송, 물리적 충돌 등을 빚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탈환에 성공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지분 100%와 금호리조트 지분 48.8%를 IBK펀드에서 되사온 가격은 4150억원에 이른다. 이 중 3000억원은 지난 2013년 광주신세계와 임차계약을 연장하며 받은 전세보증금 중 일부를 가져왔고, 나머지는 농협은행으로부터 조달한 790억 규모의 단기 차입금과 금호고속 배당금 등으로 채웠다.
하지만 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30.1%)인 금호산업을 되찾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국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 매각을 통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현금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삼구 회장은 향후 되찾아 올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붙여 금호고속을 팔아 금호터미널에 돌아올 3000억원을 기반으로 금호산업 인수 구조를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터미널 소유인 금호고속 매각 자금을 바로 금호산업에 동원하면 순환출자형태가 되기 때문에 중간에 칸서스PEF와 농협에서 구성한 펀드를 끼워 넣는 등 변형된 구조로 금호산업을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고속을 칸서스PEF에 되팔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도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금호산업 인수가는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6000억원에서 800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며 제동을 건 상태다. 채권단은 “아직까지 금호산업의 주인은 채권단”이라며 “알짜 회사인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지배 하에서 이탈할 경우 기업 가치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금호산업의 증손회사다.
더구나 매각 대금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야 하는 채권단은 최근 금호산업 주가가 하락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2만2850원까지 올랐던 금호산업 주가는 7일 현재 1만5150원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실사 기간이 이달 중후반으로 연장된 것도 주가 흐름이 지나치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금호고속 매각이 추진되면 좋을 게 없다는 얘기다.
다만 채권단은 아예 금호고속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고속을 담보로 먼저 돈을 빌린 후 금호산업을 인수한 후에 금호고속을 넘기는 방안까지는 반대할 계획이 아니라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에 금호고속 재매각을 반대한 것은 영원히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금호산업 매각 구도가 구체화되는 시점까지 미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호고속 매각 전에 먼저 대금을 빌리고 나중에 금호고속을 넘기는 방안이 유력히 부상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방안에는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영 회장과 박삼구 회장의 돈독한 관계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김영재 회장과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금호생명 매각 등에서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 금호고속 인수대금 중 29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맡기로 한 농협은행은 예정대로 인수금융 대주단(대출기관)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으로부터 금호고속을 매입하기로 한 칸서스는 PF를 세우고 펀드투자자(LP)를 모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