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토록 규정한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심리하기 위한 공개변론이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김모씨 등 3명의 청구로 이루어진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와 충돌할 때에는 제한할 수 있다’는 합헌(존치) 측과 ‘양심과 신념에 반(反)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위헌(폐지) 측의 주장이 오고갔다.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형사 처벌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청구인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오두진 변호사는 “한 개인이 무력 충돌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개인의 정체성이며 이는 인간의 존엄에 직결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체성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가장 소극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 변호사는 “세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된 젊은이의 93% 이상이 한국 감옥에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표준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국방의 의무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양심의 자유와 충돌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이 가능하다”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주변국의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최근 천안함 침몰사고나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 변호사는 “따라서 병역회피를 강력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고, 병역 거부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자의 급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은 지난 2010년 11월 공개변론 이후 5년 만이자, ‘합헌’ 결정이 나왔던 2011년 8월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는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라며 지난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병역법 88조 1항에 따르면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인권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공개변론에 앞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시사포커스 / 오현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