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수용소에 격리돼 강제로 낙태·단종수술을 당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또다시 인정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전현정)는 엄모씨 등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강제 낙태 피해자들에게 각 4000만원, 강제 단종 피해자들에게 각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앞선 3차례의 판결과 달리 한센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낙태·단종 피해자로 분류하지 않았던 이들에 대해서도 위자료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센인들이 묵시적으로 동의·승낙해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의사들이 수술을 했더라도 이런 수술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가가 정당한 권리 없이 인격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 인간 존엄의 가치를 궁극적으로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인들을 상대로 낙태·단종수술을 한 행위는 국가의 배상책임이 성립한다”며 “정신적 고통이 명백히 있는 만큼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낙태·단종 피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그 외에 폭행 사실이 인정된 피해자들의 경우에도 여러 자료에 비춰봤을 때 낙태수술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센인들에 대한 통제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시작됐으며 이후 폐지됐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부터 다시 시행됐다. 국립소록도병원에서는 부부동거 등을 조건으로 단종·낙태수술이 이뤄졌으며 1980년대 후반까지 한센인들에 대한 낙태·단종수술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오현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