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안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큰 표차로 패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추가 조치에 대한 가능성을 예고했다.
18일 엘리엇에 따르면 전날 임시 주주총회 직후 엘리엇 최영익 법률 대리인은 주총 결의에 실망을 표하며 “의뢰인과 논의해 향후 일정과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측 역시 공식 입장을 내고 “수 많은 독립 주주들의 희망에도 합병안이 승인돼 실망스럽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대로 승복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엘리엇이 추가 조치를 예고함에 따라 당분간은 여진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앞서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이나 임시 주주총회의 소집을 두고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을 볼 때 다음 카드는 역시 합병 무효 청구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8일 주총 결의 가처분 소송 심문에서도 엘리엇은 “불공정한 합병 비율은 합병 무효 소송의 원인이 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인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은 투자 대상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송전을 즐겨 썼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단일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의결권위를 열지않고 투자위원회에서 직접 찬성을 결정해 분위기가 삼성물산 쪽으로 넘어가게 되는 데 큰 몫을 했다. 의결권위 일부 위원이 절차에 반발해 사상 처음으로 의결권위를 자체 소집하는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엘리엇은 최근 이를 문제삼고 합병에 찬성하면 국민연금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나 삼성화재 역시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 7.39%를, 삼성화재는 4.79%를 보유한 1·2대 주주다. 양사의 지분을 1%씩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은 양사가 합병에 찬성한 것을 배임으로 보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법적 분쟁을 국제적인 분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잃고 있다. 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ISD 제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여러 종류의 법적 싸움이 예고되고 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진행한 법원 측은 엘리엇 측 주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