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유서 “오해 일으킬 자료 삭제했다”
국정원 직원 유서 “오해 일으킬 자료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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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선거 사찰 전혀 없었다” 결백 호소에 野 “의혹 더 커졌다”
▲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남긴 유서 일부가 공개됐다. ⓒ뉴시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유서가 19일 언론에 공개됐다.

유서를 통해 임 씨는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나 오해 일으킬 만한 자료들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아, 삭제된 자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임 씨의 유서는 국정원장을 비롯한 차장, 국장에게 보내는 것으로 돼 있다. 유서에서 임 씨는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게 되어 죄송하다”며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고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하다”며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씨는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며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 그러나 이를 포함해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임 씨는 이어, “저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께 죄송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를 두고 야당은 “임 씨의 죽음과 오늘 공개된 유서로 국정원의 불법 국민사찰 의혹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이미 디지털 증거를 깨끗이 삭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늘 공개된 유서에는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대한 자료를 삭제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이와 관련, “증거인멸이다”며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삭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해놓고 현장방문 손짓을 하는 건 얄팍한 눈속임으로 국회와 국민을 속여 보겠다는 것 아니냐”며 “현장조사는 보조적 수단이며, 국정원의 자료제출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정원의 주장대로 대북용·연구개발용으로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고, 이것이 중요한 활동이었다면 당연히 자료를 남겨야 한다”며 “그런데 부서의 직원이 자기 선에서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해킹프로그램 구입목적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내국인과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는 내용 역시 국정원의 결백을 증명하지 는 못한다”며 “우리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해킹팀’ 자료에서 국내 IP를 다수 발견했다. 내국인 사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라고 꼬집었다.

유 대변인은 “국정원 직원의 유서는 국정원이 해명해야 할 모든 의혹을 직원 한 개인의 ‘욕심’과 ‘판단’, ‘실수’로 돌리려 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안타까운 죽음으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며 “국정원에 경고한다. ‘꼬리 자르기’로 넘어갈 수 없다.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과 국민사찰 의혹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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