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대우조선, 손실규모 3조원 넘어설까
‘일촉즉발’ 대우조선, 손실규모 3조원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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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최대 1000% 상회 가능성
▲ 대우조선해양이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손실규모가 3조원을 웃도는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은행이 최근 2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이 실적에 반영하지 않은 손실규모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2~3조원 수준을 예상했지만, 실제 3조원을 웃도는 수준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최근 산업은행이 2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은은 2조원 가량을 대우조선에 수혈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예상되던 손실규모인 2~3조원 수준만을 실적에 반영한다고 해도 부채비율은 600%이상을 상회하게 되는데, 만약 3조원을 넘어설 경우 최대 부채비율은 1000%에 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은 당장 금융권으로부터 선수금환급보증(RG) 등 무역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조선업체가 RG 등 무역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부채비율이 500%를 넘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신규 수주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업계는 산은이 대우조선에 2조원을 투입하면 부채비율을 현재 수준인 300%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374%다. 대우조선이 2018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급한 불’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원금은 총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올해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만 5000억원이고, CP는 22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자산이 6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산은이 2조원을 투입할 경우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선업 자회사도 정리 가닥

산은은 대우조선이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재무재표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몇몇 조선업 자회사의 청산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정성립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1일 ‘위기에 정면으로 마주 서서 거품과 속병 도려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듭시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 조선업과 관련 없는 비 핵심 자회사 중심으로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은은 조선회사인 해외자회사 대우망갈리아와 풍력발전업체 드윈드까지 포함해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22일 산은은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대우망갈리아와 드윈드 등은 계속기업으로서 유지가 불가능해 청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우망갈리아는 1997년 대우조선이 루마니아 정부와 손 잡고 인수한 루마니아 조선업체로 당시 지분 51%를 448억원에 사들였다. 애초 대우망갈리아는 유럽 진출 전초기지 역할 기대주로 예상됐지만, 인수된 후 연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거나 다섯 척 미만에 그치는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가 1조2878억원으로 총자산안 7528억원을 넘어서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대우망갈리아의 실적 부진은 대우조선에 큰 부담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대우망갈리아에 1억2700만달러(한화 약 1460억원)를 투입한 상태고, 채무보증 또한 4억6800만달러(한화 약 5400억원)에 달한다.

드윈드는 미국 풍력발전업체로 대우조선이 풍력발전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2009년 인수했지만, 풍력사업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2012년 기준 매출이 1804억원에서 지난해 148억원으로 2년새 91%가 줄었다. 현재 대우조선은 드윈드에 5570만달러(한화 약 643억원) 규모의 대출을, 3590만달러(한화 약 414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한 상황이다.

업계는 두 자회사가 정리된다고 하더라도 대우조선이 투입액 7900억원(보증 포함)의 50% 이상을 손실 처리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결의문을 배포했다. 임원들은 결의문에서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등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뉴시스

◆ 임원들 “거취 경영진 몫”

한편, 대우조선해양 임원 90명은 지난 22일 위기극복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팀장 이상의 임원들은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등을 경영진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와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당면 위기 극복을 위한 임원 결의문’을 직접 배포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현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당면 위기가 시황이나 외부 원인으로만 돌리기엔 우리 내부 원인도 컸음을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등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사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강력한 자구노력에 앞장서고, 회사 정상화에 모든 것을 걸고 일로매진할 것이고, 윤리경영에 모범을 보이며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결의문은 지난 18~19일 경남 거제대에서 개최된 임원 긴급 워크숍에서 결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산은은 지난 22일부터 거제 옥포조선소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고. 오는 27일부터 서울 본사에 대한 실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산은은 현재까지 대우조선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추가 부실 우려를 막기 위해 해외 사업장으로까지 실사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입장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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