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발암물질 배출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LG화학 여수공장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여수환경운동연합에 사과의 뜻과 함께 배출량 저감 계획 등이 담긴 공문을 전달했다.
23일 LG화학과 여수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은 여수환경운동연합에 공문을 보내 위해성 평가와 임직원들의 건강역학조사 등을 실시하고 염화비닐 배출량을 내년 상반기까지 2013년 대비 50% 이상 저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화학 여수공장은 지난 1일 환경부가 발표한 ‘2013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에서 1급 발암물질을 전국 3435개 업체 중 연간 5만4403㎏을 배출해, 2위인 SK종합화학의 연간 2만4237㎏을 두 배 이상의 차로 크게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LG화학 여수공장의 염화비닐 배출량은 전국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배출된 8만6623kg의 59.3%를 차지하며, 2010년의 3만4202㎏보다 50.1%나 늘었다. 1급 발암물질 배출 총량도 2010년 4만368㎏에서 5만4403㎏으로 34.8%나 증가했다. 주로 폴리염화비닐(PVC)의 원료가 되는 염화비닐은 국내외 환경관련 기관에서 최고등급의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이에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 성명을 발표하고 LG화학 및 협력업체 임직원의 건강역학조사, 주변 지역 및 주민들에 대한 위해성 평가, 유해화학물질의 저감 대책 등과 함께 광양만권 지역민들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여수환경운동연합은 “LG화학의 대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여수시민사회단체 및 전국환경운동연합과 LG화학 본사 및 LG그룹 근본대책 촉구활동,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벗과 LG화학 1급 발암물질 배출저감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LG화학 본사를 여수로 이전해 대표이사가 여수공장에서 근무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법적 기준치 이하로 배출되고 있으며 워낙 PVC 생산량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던 LG화학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여수환경운동연합 측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문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측은 여수환경운동연합에 보낸 공문 앞머리에 “여수시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여수환경운동연합 및 여수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공문에는 2016년 상반기까지 2013년 염화비닐 배출량 대비 50% 이상을 저감하겠다는 계획과 전문 공인 업체를 통해 배출원과 배출량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또한 올해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노조와 협의해 임직원들에 대한 건강역학조사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수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 위해성 평가를 시행하지 않아 근로자와 주민들이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여수환경운동연합이 직업성 질환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간암(직업성 암) 등 관련 질병이 나타나는 LG화학 및 협력업체 임직원의 업무상 질병(직업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본사 이전 및 대표이사 여수 근무에 대한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LG화학은 공문에서 “당사는 국내외 다수 사업장을 운영중인 글로벌 기업이므로 특정 사업장에 본사를 이전하거나 대표이사가 근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수환경운동연합은 “LG화학이 1976년 여수에 들어온 지 40여년 만에 여수 시민에게 내놓는 사과”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LG화학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추후 실천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LG화학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발암물질 저감 관련 진행 사항에 대해 “지난해는 2013년 대비 7.4% 줄었고, 올해는 2013년 대비 26.7% 줄어들 예정”이라면서 “내년에는 57.1%를 줄이는 걸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위해성 평가 일정에 대해 “구체적 계획은 확인해 봐야 하지만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