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정보기술(IT) 시장 관세장벽이 18년 만에 철폐된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TV 카메라 라디오 등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과 셋톱박스(TV 수신기기) 등 201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됨에 따라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가운데 미국 한국 중국 등 52개 국가들은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보기술협정(ITA) 협상을 통해 201개 IT 제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최종 합의했다.
ITA는 원하는 국가에 한해 IT제품의 관세를 없애는 WTO 협정 가운데 하나다. 1997년 발효돼 현재 80개국이 참여, 전 세계 IT제품의 약 97%가 이들 국가에서 유통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은 2012년부터 IT업계의 판도 변화를 이유로 ITA 적용 대상을 확대하자는 논의를 벌여왔다.
이번 협정에 WTO 전체 회원국(161개국)이 서명한 것은 아니지만 제품 수출국에 관계없이 모두 무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비서명국도 혜택을 보게 된다.
이번 ITA 회의에선 TV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과 MRI 촬영장치 등 의료기기를 포함한 201개 제품이 무관세화 품목에 추가됐다.
ITA를 통해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는 기존 제품은 203개다. 이번 확대 회의를 통해 201개 품목이 추가되면서 수혜 품목은 총 404개로 늘어나게 된다.
김호철 산업통상자원부 세계무역기구과장은 “무관세 혜택을 보게 된 제품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2013년 기준)은 1052억달러이고, 무역흑자는 381억달러에 달한다”며 “이번 합의로 한국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품목별로는 TV 라디오 카메라 모니터 등에 쓰이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했다. 관련 부품의 수출액은 77억6843만달러(2013년 기준), 수입액은 6억7486만달러로 무역흑자는 70억9357만달러를 기록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이들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최고 15%다. 이번 협정으로 이 관세가 사라지면 그만큼 수출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TV·라디오·카메라·모니터 부분품(852990ex) △기타 광학용품(900190) △TV카메라·디지털카메라·비디오카메라레코더(852580) △TV수신기기(셋탑박스, 852871), 차세대 반도체(MCO, attachment B) 등이 최종 무세화리스트에 포함됐다.
무관세 적용 시기로는 내년 하반기가 유력하다. 관세철폐 기간은 일반품목은 3년, 민감품목은 5년, 예외적인 경우는 7년 등이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하반기에 확대협상 참가국들이 다시 모여 품목 분류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뒤 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제10차 WTO 각료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세 철폐를 위해서는 각국이 국내 절차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김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