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혁신위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5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이 같은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아울러, 국회의원 정수를 증대하되 국회 총예산은 동결하는 혁신안에 대해서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증대 문제는 국민적 반감이 큰 사안이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이 같은 혁신안을 두고 거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정당구조는 지역기반 거대 양당 독과점체제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러한 체제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정책 선호와 이익을 제대로 대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전국적 이슈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권자들은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정당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비례성이 현저히 낮은 현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전국에서 43.3% 득표로 전체의석수의 51.6%에 해당하는 127석을 얻었다. 민주통합당은 37.9% 득표로 43.1%에 해당하는 106석을 얻었다. 이는 양당이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수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에서 53.1% 득표로 25석을 얻었다. 이는 전체 호남 의석수의 83.3%에 해당한다”면서 “반면 통합진보당은 16.2% 득표했지만 10%에 불과한 3석을 얻었다. 특히 5.4%를 득표한 새누리당은 한 석도 얻지 못해 0%에 그쳤다”고 문제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영남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며 “새누리당은 영남 지역에서 54.7%의 득표로 무려 94%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민주통합당은 20.1%를 득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4.5%의 의석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통합당의 영남 득표율은 15대 총선의 12.1% 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었으나,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으로 인해 의석점유율은 15대 당시의 3.9%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김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각 정당이 자신이 얻은 득표율 혹은 지지율에 비례하는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어야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지금의 독과점적 정당체계가 타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례성을 높이면 계층, 직능, 집단별 선호와 이익, 즉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포괄적 정당체계가 발전해갈 수 있다”며 “선거․정당 전공 정치학자 71.2%는 비례대표제 확대와 의원 정원 증대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2 대 1’이 넘지 않도록 국회의원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한다는 2014년 10월 30일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중앙선관위는 2015년 2월 24일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라고 부를 수 있는 개혁안을 제시했다”며 “선관위 개혁안이 제공하는 정도의 ‘득표-의석 간 비례성’이 보장된다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대의제 민주체제로의 전환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선관위 개혁안을 기본 당론으로 수용하여 의원 정수 증대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선관위 개혁안에 따른 기대 효과로는 ▲① 선거제도의 비례성이 크게 높아질 것 ▲유력정당이 여럿 부상함에 따라 어느 당도 국회의 단독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워지는 다당제가 발전할 것 ▲영남 지역의 새누리당 독과점체제와 호남의 새정치민주연합 독과점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 ▲이념 및 정책 중심의 군소정당들이 유력정당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 등을 예상했다.
아울러, 김상곤 위원장은 “의원 정수 증대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선관위 개혁안의 ‘2 대 1’이라는 ‘득표-의석 간 비례성’ 유지와 권역별 비례대표 연동제 도입을 채택한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예를 들어, “현행 지역구 의원 수 246명을 유지한 채,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2 대 1’의석 비율을 적용하면 지역구 246명, 비례대표는 123이 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는 369석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의원정수 증대 문제를 국회 정치개혁 특위의 활동 시한을 고려하여 8월내에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의원 정수가 증대되더라도 국회 총예산은 동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를 도입하여 구조화된 다당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기존 지역기반 양대 정당 독과점체제의 한 축을 이루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엄청난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의미”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기득권이 아니라 분명한 당 정체성과 정책기조를 통해 오직 경쟁력과 실력으로 승부하는 전국적 개혁정당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정치시장’의 진입 장벽을 내려 이념 및 정책 정당의 약진 기회를 제공하여 한국 정치체제의 정치적 대표성을 제고하는 진정한 개혁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이 선거 개혁에 새누리당이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만약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 구현 노력에 합류하지 않고 오히려 선거제도개혁을 반대하거나 훼방함으로써 자신의 거대정당 기득권과 영남기득권을 고수하려 든다면 ‘개혁정당’에 맞서는 ‘수구정당’이라는 범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증원할 의원 수와 명시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짧게 덧붙여 말하고 기자회견을 끝냈다. 국회의원 정수 증원 문제를 두고 논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