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안은 삼표, 승자의 저주 우려?
동양시멘트 안은 삼표, 승자의 저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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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후보 압도한 주당 1만4000원…향후 걸림돌 될까
▲ 동양시멘트 인수가로 주당 1만4000원이라는 압도적인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표가 승자의 저주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표그룹

하반기 M&A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삼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지분 55%에 대해 8000억원 대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제시한 것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표는 ㈜동양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4.96%에 대해 주당 1만4000원이라는 압도적인 가격을 제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19.09%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한앤컴퍼니가 선정됐고, 2순위로는 유진PE 컨소시엄이다.

업계에서는 레미콘 업계 2위인 삼표가 공격적인 베팅을 통해 수직계열화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표는 인수를 완료하면 시멘트-레미콘-골재에 이르는 건설자재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유진기업에 이어 레미콘 업계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삼표의 1위 탈환은 시간은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예비입찰 당시 주당 1만원 선도 적지 않은 금액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삼표 측의 ‘주당 1만4000원’이란 금액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19.09%가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타 후보들이 써낸 전체 지분 인수 제안가와 비슷한 수준일 정도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당초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인수가를 전망해 왔다. 본입찰까지 소화해 내 ‘을들의 반란’을 시도했던 주역인 레미콘·아스콘협동조합연합회 측은 인수가격이 6000억원을 넘을 경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단 삼표의 재무 구조가 이번 인수가에 휘청거릴 정도로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 자체 현금이 1000억원 가까이 있고 재무적투자자(FI)로 손을 잡은 산업은행 사모펀드도 15000억원 가량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출 형태로 인수 자금을 지원받고 다른 기관투자가들로부터도 자금 모집이 계획돼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당 인수가가 지나치다는 우려는 당분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인수금융 원리금 상환이나 향후 재무적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기업 자체의 재무구조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주당 인수가가 시가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은 향후 FI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멘트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레미콘 업계의 대표 격인 삼표가 과점 체제의 시멘트 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미 시멘트 업계의 판도 개편으로 가격 정상화를 노렸던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 업계는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게 되면서 견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각했던 것만큼 수직계열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향후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의 M&A도 남아 있고, 인수 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태라는 점도 삼표의 지나친 베팅에 의문을 표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업계 1위 쌍용양회나 점유율 6위 현대시멘트의 매각 가능성도 남아 있는 데다가, 삼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 노조와의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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