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환자의 개인정보 및 질병정보를 병원과 약국으로부터 수집해 불법으로 판매하고 수 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논란에 휘말려 진땀을 흘리고 있다.
27일 보건의료단체연합은 SK텔레콤과 지누스, 약학정보원, IMS헬스코리아 등 네 곳의 기업 개인정보 악용 사례와 관련된 검찰의 기소에 대해 논평을 내고 “불법 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적절한 처벌을 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네 곳에서 기소된 관련자들은 24명에 달한다.
당시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이들 네 곳이 총 4400만명, 총 47억 건에 달하는 환자 개인정보와 질병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판매하고 122억3000만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질병 정보 등 건강 정보는 개인정보 중 가장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것의 유출과 불법적 상업적 사용이 개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라며 “검찰은 기소된 네 업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환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알수 있도록 내용을 공개하라”면서 “가해자는 기소하면서 피해자는 무슨 피해를 보았는지 당사자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우려를 표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으로 유출된 47억여건의 환자의 의료정보가 해킹에 의해 2차, 3차 연쇄적 도미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범죄도구는 물론이거니와 비윤리적 기업의 사업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그 막대한 파장을 가늠하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통신업계 1위를 오랜 기간 고수하고 있는 SK텔레콤도 비난의 십자포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소된 SK텔레콤 관계자는 24명 중 총 3명이다.
당초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부터 3년여 동안 전자차트업체 16곳의 도움을 받아 가맹 약국들을 대상으로 ‘전자 처방전’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의사의 처방전이 SK텔레콤의 서버를 거쳐 약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자동 입력되는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환자 이름, 생년월일, 복용하는 약과 투여량 등 민감한 의료정보 7800만 건이 그대로 SK텔레콤의 서버에 남았다.
검찰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자처방전 사업을 통해 2만3000여개의 병원으로부터 전송받은 이 처방전 7800만건을 가맹점 약국에 건당 50원을 받고 판매해 약 36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들은 종이 처방전을 다시 타이핑해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건다 50원의 수수료를 주고 SK텔레콤으로부터 처방 내역을 전송받았고, SK텔레콤은 전자차트업체와 이를 반반씩 나눠 가져 실제 SK텔레콤이 가져간 수익은 18~19억원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환자정보를 처리했고 법을 위반하며 환자정보를 수입하거나 전송한 사실이 없다”며 “SK텔레콤은 처방전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병의원의 위탁을 받아 환자가 선택한 약국에 처방전을 전송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매매된 환자 개인정보는 환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병명, 약품명, 투약 내역 등의 질병·처방 정보까지 포함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정보가 건강식품 판매 업체나 보험회사 등에 유출될 경우 텔레마케팅이나 보이스피싱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단체는 “전자처방전 사업을 주도했던 SK텔레콤은 이 사업이 정부가 주도했던 사업인데 자신들에게 불똥이 떨어졌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건강 정보의 상업적 활용에 중점을 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에 있음을 인정하고 인권 강화 측면에서 정책 방향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