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발주를 담당하는 조달청이 앞으로는 기존의 공정위 과징금, 검찰 수사,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의 처벌과 별도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부당이득금 환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대형 담합 행위 적발 빈도가 비교적 높은 건설업계가 그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28일 조달청은 공공조달부문 입찰 담합업체에 대해 손해배상소송 제기 절차 및 대상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간 조달청은 물품의 최종 수요기관인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이 담합으로 인한 피해자인 점을 감안해 입찰담합업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에 공공입찰 분야와 관련한 소송은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물품의 최종 수요기관이 직접 나서 청구해왔다.
하지만 공공조달시정에서의 입찰담합행위에 대한 공정거래 위원회 적발 및 통보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달청은 공공분야 입찰담합으로 국가예산 낭비요인이 커져 예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적으로 조달청은 국가기관이나 일부 지자체·공공기관 수요 입찰담합에서 피해자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원고가 되는 근거를 만들고 소송의 수행주체 역할을 활용해 부당이득금을 환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국가기관 수요향후 조달청은 국가기관 수요로 조달청이 발주하는 입찰에서 담합한 업체를 대상으로 국가기관과 소송수행부서, 소송비용 등을 협의하고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지자체·공공기관 수요로 조달청이 발주하고 계약대금을 조달청이 대신 지급한 입찰에서는 담합한 업체에 대해서는 공정위 담합처분 통지 후 즉시 손해배상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다만, 지자체·공공기관 수요로 조달청이 발주했으나 계약대금을 수요기관에서 직접 지급하는 계약건은 해당 기관에 담합 내용 및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함을 안내하고, 계약관련 서류 제출 등 수요기관 소송수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김상규 조달청장은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거액의 부당이득금을 환수함으로써 예산절감에 기여하고, 입찰담합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 공공조달시장에서 담합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엎친 데 덮친 격’
한편 이번 조달청의 손배소 맞대응 방침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대형 담합이 비교적 빈번하게 적발되던 건설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까 염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건설업계는 대형 담합사건이 적발될 경우 ‘과징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받고 있는 상태다. 2012년 6월부터 최근까지 공정위에 적발된 건설업계 담합은 총 29건으로 46개사가 모두 1조416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받았다. 연내 과징금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 처분까지 더해지면서 이중 제재라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조달청과 발주처들로부터 공공공사 입찰제한 처분을 받은 건설기업은 2012년 6월부터 62개사에 이른다. 지난 3월 전경련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60여개 건설사가 입찰 담합 혐의로 3개월에서 최대 16년3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공공기관운영법은 담합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발주기관은 최대 2년의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이 내려 진다. 이때 입찰 제한 처분은 담합이 적발된 공사의 발주기관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입찰 제한은 최장 2년이지만 프로젝트별로 담합 처분이 누적될 경우 제재기간은 계속 늘어난다.
담합 처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징금과 입찰참가 제한에 이어 기업과 임직원에 대한 민·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등록말소까지 최대 6개의 처분이 가능하다. 따라서 조달청의 적극 손배소 맞대응 방침은 건설업계에 또 하나의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