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진 KT&G 사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7개월여 앞둔 오늘(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해 민 사장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가 집중됐다.
민 사장은 이날 개최된 이사회에 참석해 직접 사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 통상적으로 KT&G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민 사장은 내년 2월 주주총회까지가 정해진 임기였다. 하지만 검찰이 자회사와 관련 계좌 등을 수색하면서 민 사장은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석우 부장검사)는 민 사장이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사장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KT&G 임직원과 민 사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 예본농원, 렌조룩 등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소망화장품은 2011년 KT&G에 인수된 지 3년만인 지난해 부채총액(681억원)이 자산총액(555억원)을 넘어서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특히 이미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 포화상태였음에도 2013년도에 ‘오늘(Onl)’을 런칭했다가 실패한 영향이 컸다. 당시 매출은 788억원으로 전년도 1260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7.5%나 떨어졌고, 영업손익 역시 적자 전환했다.
이전의 실적을 살펴보면, 2011년 인수 당시 11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2년 95%나 떨어진 5210만원을 기록했고 2013년 -218억원이었다가 지난해 -12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KT&G가 소망화장품 인수 이후 실적개선을 위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KT&G는 2011년 12월 설립한 농업회사법인인 예본농원도 지난해 8월 정리했다. 예본농원은 KT&G가 종자개발과 경작 등 종묘사업을 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성급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실만 보고 나온 셈이다.
같은 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의 운영사 렌조룩의 경우 영업권으로 533억이나 지불했지만, 순이익이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 결과 현재 렌조룩의 영업권은 인수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171억 원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수난을 겪은 소망화장품, 예본농원, 렌조룩 등 세 회사의 공통점은 민 사장 취임 후 계열사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민 사장은 2010년 2월 KT&G 사장으로 취임한 뒤 국내외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신규 법인을 세우며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런 식으로 추가된 계열사만 민 사장의 임기 5년 간 총 11곳에 달한다. 하지만 11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이 사라지거나 적자상태로 머물러 있고 3곳은 매출과 순이익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KT&G가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계열사들로 부터 부진한 실적을 보고받았음에도 배당금 규모 확대에는 한 치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배당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KT&G는 지난해 주당배당금을 전년도 3200원 수준에서 3400원으로 올렸다. 따라서 배당금총액은 2013년 4029억원에서 2014년 4281억원으로 증가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