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사 입찰과정에서 미지급 공사대금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혀물의를 빚고 있다.
LH 인천본부는 지난달 5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야외음악당’ 입찰공고를 냈다고 29일 밝혔다.
처음 공사를 진행했던 A업체의 부도로 다시 입찰에 붙인 것이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A업체가 공사를 25% 가령 진행하면서 하도급업체에 2억 5000여만원의 임금 및 장비‧자재대금 등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LH는 입찰 참여업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대신 ‘공사 진행 중 계약해지(중도타절)된 공사에 대한 입찰’이라는 문구를 입찰공고에 넣고는 현장설명회마저 생략하는 바람에 업체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2억 5000만원이 묶여있는, 문제 있는 공사를 아무 설명도 없이 공개입찰한 것”이라며 “A업체와 하도급업체 사이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LH가 이를 새로운 업체에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H는 개찰 이후 업체들에게 따로 연락해 “A업체가 2억 5000만원의 미지급 공사대금을 남겼고 공사를 진행하려면 이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LH의 직접적인 압박은 없었지만, 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이 공사 도중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를 강제로 쫓아내거나, 2억 5000만원을 따로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다. LH는 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시한 것”이라며 “이번 일 때문에 업계에서도 많은 불만을 쏟아냈다. 이는 전형적인 LH의 갑질 사례”라고 꼬집었다.
결국 해당 공사는 1~4순위 업체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5순위 업체가 낙찰을 받아서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낙찰 업체에 미지급 공사대금이 있다는 사실을 따로 알린 건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며 “계약 여부는 업체의 선택이다. 낙찰 받은 업체는 공사 도중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감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의 입찰은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지회 노성한 차장은 “업체 측에서 생각지 못한 지출이 발생해 다른 부분에서 손실을 메울 수밖에 없어서 부실공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일이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식의 입찰이 다시 나올 수 없게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민경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