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들로 유명한 영국 신발 브랜드 ‘핏플랍’ 제품 판권을 두고 수 년여 간 독점 판매권을 가져온 중소기업 넥솔브가 새로 핏플랍과 계약을 체결한 LG그룹 패션 계열사인 LF(구 LG패션) 및 영국 핏플랍 본사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판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9일 법원 및 넥솔브 등에 따르면 핏플랍 제품의 국내 판권을 보유해 왔던 넥솔브는 지난 27일 LF와 핏플랍 본사를 상대로 독점판매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LF는 핏플랍 본사와 내년부터 핏플랍 국내 판권을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넥솔브의 법무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어렵게 키워온 알짜 브랜드를 대기업이 손쉽게 가져가는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라는 정부 정책에도 반하는 것”이라면서 “넥솔브는 독점판매권의 침해에 적극 대응해 민사집행법상의 현저한 손해와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운동기구를 판매하던 넥솔브는 지난 2009년부터 국내에 인지도가 거의 없던 조리 샌들 브랜드 ‘핏플랍’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중소기업으로 6년간 110억원을 투자해 제품 수입량은 982%, 매출액은 1820%나 늘렸다.
지난해 핏플랍 제품 매출은 2009년 대비 19배 이상 뛰어 오른 270억원 대에 이른다. 넥솔브 직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현재 핏플랍 백화점 매장만 52개에 달하며 1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여성들에게 샌들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넥솔브가 당초 핏플랍 브랜드 제품을 들여오면서 맺은 계약 기간은 5년으로 당초 지난 2013년 12월 계약이 만료된 상태다. 하지만 핏플랍 측은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지 않고 지난해와 올해는 구두로 계약 연장을 통보해 넥솔브가 판매를 지속해 온 상태였다.
특히 넥솔브는 핏플랍 판매 비중이 87%에 이르고 최근에는 50억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준공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핏플랍이 LF 측과 계약을 맺고 공식판매처를 LF로 변경하겠다며 내년부터 재고 소진 등을 LF등과 합의하라고 내몬 것이다.
◆LF “우리도 클레임 걸 사안” 의혹 반박

넥솔브에 따르면 핏플랍이 넥솔브에게 계약 연장을 협의한 것은 올해 4월까지였다. 넥솔브는 이후 5월 5일 핏플랍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핏플랍이 LF와 계약을 맺은 것은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28일로 정황상 핏플랍 제품의 판매처가 어딘 지 모를 리 없는 LF 측이 중소기업의 독점 판매권을 빼앗아갔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넥솔브는 LF에 내용증명을 보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F가 중소기업인 넥솔브가 개발해온 국내 시장을 탈취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넥솔브 측 관계자는 “최근까지 계약 연장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던 중 영국 본사가 돌연 태도를 바꿔 넥솔브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면서 “국내 패션 대기업 LF는 올해 4월 28일 영국 본사와 수입판매계약을 체결해 넥솔브의 사업권을 가로챘다”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넥솔브와 영국 본사는 내년 시즌 판매와 관련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중이였다”면서 “그러던 중 영국 본사는 LF와의 계약 직후인 5월 5일 돌연 넥솔브에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LF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LF 측은 핏플랍 본사 측이 계약 체결 여부를 문의해 왔고 넥솔브와의 계약이 이미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핏플랍을 전개하던 기존업체와 계약종료를 본사로부터 확인받은 후 신규계약을 체결 했다”면서 “만약 기존 계약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다면 LF도 핏플랍 본사에 클레임을 제기할 사안”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핏플랍 측이 한국에서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브랜드 제품 수입판매에서 많은 성과를 올린 LF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핏플랍 측이 먼저 제안을 해 왔음을 강조했다.
LF에 따르면 LF 측 역시 손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넥솔브와 핏플랍 본사 사이의 갈등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법정공방이 오래 지속될 경우 LF의 2016년 S/S 시즌 상품 판매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F는 라움에디션을 통해 핏플랍 2016 S/S 시즌제품을 판매할 계획이였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넥솔브 측은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핏플랍 본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당분간 핏플랍 판권을 둘러싼 갈등은 확산 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