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5차 혁신안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국민 여론은 압도적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데, 무슨 염치로 의원 정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원 정수까지 늘리려 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넓히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쓰러져 가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살리기 위해 내부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던 혁신위원회가 왜 선거제도 개혁안까지 건드린 것이냐는 뒷말들도 많다.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어진 최대 과제인데, 무슨 뜬금없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하느냐는 지적이다. 정말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이런 제안을 내놓고 있으니 그 제안이 결코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니 비례대표를 늘려 기득권을 유지하자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야당의 본심은 ‘밥그릇 늘리기’”라고 비난했다. 황진하 사무총장 역시 야당의 권역별 비례대표 주장에 “더 많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고, 이장우 대변인은 “야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확대해 전략공천을 많이 하려는 일부 꼼수가 들어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실, 혁신위가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나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 등은 한 번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기는 했다. 혁신위가 예를 든 것처럼, 실제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호남지역에서 53.1%를 득표해 호남 전체 의석수의 83.3%에 해당하는 25석을 얻었다. 그런 반면, 통합진보당은 16.2%를 득표했지만 10%에 불과한 3석을 얻었고, 5.4%를 득표한 새누리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영남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54.7%를 득표해 94%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민주통합당은 20.1%를 득표했음에도 겨우 4.5%의 의석을 얻는데 그쳤다. 표의 비례성 문제가 지적될 만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순서가 잘못됐다는 점에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석수를 늘리고 이런 제안을 내놓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 정서부터 살폈어야 했다. 단순히 의원 정수를 늘리는데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는 점을 살폈어야 했다는 지적이 아니다. 본질을 짚었어야 했다. 즉,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부터 없애는 것이 선결과제가 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회의감이 크지 않았더라면,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고 해서 지금처럼 논란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겠다는 제안 또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갖는다. 그리고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세비 외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과연 단순히 계약직 근로자마냥 4년간 세비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세비를 삭감하는 문제는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얘기한다면, 국민은 300명이 싸우는 지금도 싫은데, 400명이서 싸우는 꼴은 더 못 보겠다는 것이다. 세비 문제는 이렇게 매일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10원도 주는 게 아깝다는 정서에서 나온 얘기일 뿐, 그 자체가 본질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비를 삭감할 테니 의원 수를 더 늘리자고 제안하다니, 국민 정서를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얘기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도 결국은 국민과 따로 가고 있는 듯 하다. 혁신위 스스로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눈과 귀를 모두 닫아버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마련한 혁신안이 가장 발전 지향적인 우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러한 혁신안을 수용하지 못하면 반개혁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지금 혁신위는 자신들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 국민은 외면하고 자신들의 신념으로만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비판 받지 않는 성역은 없다. 혁신위도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또 진정성 있고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정쟁 유발이 결코 혁신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