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언젠가부터 국회의원들의 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온갖 이슈들이 충돌하는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이 거는 기대는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국정감사에서 스타로 떠올라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쉽다. 게다가 이번 국정감사는 19대 국회가 4년 간의 의정 활동을 결산하는 마지막 자리이자 박근혜 정부를 중간 평가하는 의미를 지닌다. 가깝게는 10월 재·보선, 멀게 봐도 내년 4월 총선의 전초전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도 보여주기식 정치적 쇼만 보여주다 끝나는 것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올해 피감기관의 수는 역대 최대인 779개인데 주말을 뺀 실제 감사 기간은 16일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에 70곳을 돌아야 한다. 상임위별로는 하루에 많게는 10곳 이상을 돌아야 한다. 이미 사전부터 예고된 부실국감인 셈이다. 제대로 보지도 못할 곳을 마구잡이식으로 선정해 피감기관들의 군기만 잡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슈만 터지면 마구집이로 증인을 채택하는 관행도 또 되풀이된다. 올해 롯데 신동빈 회장 등을 포함해 증인으로 채택된 민간인들은 무려 200명이 넘는다. 공무원은 600명이 넘게 불려나온다. 온종일 대기하다 별 의미없는 질문만 받고 퇴장할 게 분명하다. 지난해 채택된 기업인 131명의 답변 시간이 평균 1분에 불과했다고 하니 ‘호통 국감’ 소리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이제는 국정감사와 증인 채택의 당초 취지를 떠올려 보기도 쉽지 않다.
가뜩이나 노동개혁이나 가계부채, 역사교과서 국정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규명, 경제살리기 등 현안과 이슈가 넘치는 19대 마지막 국정감사다. 그런데 올해 여야 지도부는 생산적 국감이란 생색용 발언조차 내놓지 않는다. 무더기로 피감기관을 선정해 증인과 참고인을 소환하고 호통치고 군기 잡을 생각 뿐인가. 국정감사인지 오디션 프로그램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기업과 피감기관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온다.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한 곳곳의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를 다루더라도 생산적인 시각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비전을 제시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회가 정부를 감시할 수 있도록 권한이 준 이유다. 자극적인 뉴스만으로 도배되는 국정감사 시즌에 국민들은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국정감사권을 우리가 어떻게 얻어냈는가. 마치 지금은 국회의 당연한 권한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 국정감사가 부활한 지는 3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제헌헌법 이래 유지돼 오던 국정감사권은 제4공화국에서 부패와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삭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정감사권은 직선개헌을 이끌어 낸 국민의 힘으로 다시 온전히 부활되기까지 무려 16년이나 걸렸다. 이렇게 낭비되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까운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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