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진 전 사장 시절 KT&G에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석우 부장검사)는 수사관 25명을 담뱃갑 제조업체 S사와 팁페이퍼 제조업체 U사, J사 등 납품업체 3곳에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 업체에서 KT&G와의 거래내역 관련 서류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이들 협력업체와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 4곳 역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KT&G와 이들 회사가 거래 과정에서 납품단가나 수량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뒷돈을 주고받은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업체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수상한 돈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게 하고, KT&G 전현직 임직원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KT&G와 납품업체들 사이에 의심스러운 자금흐름이 있는지를 장기간 내사를 통해 살펴왔다. 담뱃갑과 팁페이퍼 뿐만 아니라 필터 등 또 다른 구성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과의 유착관계도 살펴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상한 몸집 불리기, 비자금 위한 포석이었나
앞서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 예본농원, 렌조룩 등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소망화장품은 2011년 KT&G에 인수된 지 3년만인 지난해 부채총액(681억원)이 자산총액(555억원)을 넘어서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특히 이미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 포화상태였음에도 2013년도에 ‘오늘(Onl)’을 런칭했다가 실패한 영향이 컸다. 당시 매출은 788억원으로 전년도 1260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7.5%나 떨어졌고, 영업손익 역시 적자 전환했다.
이전의 실적을 살펴보면, 2011년 인수 당시 11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2년 95%나 떨어진 5210만원을 기록했고 2013년 -218억원이었다가 지난해 -12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KT&G가 소망화장품 인수 이후 실적개선을 위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KT&G는 2011년 12월 설립한 농업회사법인인 예본농원도 지난해 8월 정리했다. 예본농원은 KT&G가 종자개발과 경작 등 종묘사업을 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성급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실만 보고 나온 셈이다.
같은 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의 운영사 렌조룩의 경우 영업권으로 533억이나 지불했지만, 순이익이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 결과 현재 렌조룩의 영업권은 인수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171억 원이다.
공교롭게도 소망화장품, 예본농원, 렌조룩 등 세 회사의 공통점은 민 사장 취임 후 계열사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민 사장은 2010년 2월 KT&G 사장으로 취임한 뒤 국내외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신규 법인을 세우며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런 식으로 추가된 계열사만 민 사장의 임기 5년 간 총 11곳에 달한다. 하지만 11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이 사라지거나 적자상태로 머물러 있고 3곳은 매출과 순이익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에 이들 업체를 인수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민 전 사장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재 검찰은 수상한 자금이 민 전 사장 등 경영진에게 흘러들어갔는지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사장으로 취임해 3년 임기를 끝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그는 검찰이 비자금 의혹 수사에 나서자 임기 만료를 7개월여 앞둔 지난달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