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시행 초기에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해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었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서서히 주민 삶 속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지방자치에는 아쉬운 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민참여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중앙정부로부터 완전한 재정적 독립을 이룬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다보니 행정적 간섭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이는 나아가 지방자치제도의 무용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지방자치제도 무용론의 핵심은 주민 여론에서 비롯된다. 지방자치단체나 이를 견제한다는 지방의회 활동에 오랜 시간 회의감이 쌓여버린 탓이다. 일부 기초자치단체 및 기초의회의 경우, 턱없이 역량 부족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경우들도 있다. 특히, 구의원이나 시의원 등 자치단체 행정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초의회 의원들의 수준(도덕성 등)이 미흡한 경우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래로 거의 모든 단체장들이 불법 비리를 저질러 구속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법 비리를 저지른 단체장들만 비판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의회 또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생각해볼 것은 그렇게 역량이 부족한 시의원이나 구의원들에 대해서는 또 누가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감사원에서 기초의회와 기초자치단체까지 감사를 했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래서 투표로 심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하면서 기초의원 후보들이나 광역의원 후보들 모두의 이름과 공약을 제대로 알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수십 명의 후보들을 두고 많게는 7~8장의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인데, 과연 기초의회 의원들을 제대로 알고 평가나 할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기초의회 의원들은 누구로부터도 견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조금만 지나면 이들은 주민들을 섬기는 정치가 아닌,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정치를 펼치기 일쑤다. 결국, 누군가는 이들에 대해서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법이 있고 건강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발한 활동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주민들이 알고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어야 행정기관이든 의회든 바짝 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행정기관이나 의회, 그리고 토호세력과 유착되지 않은 순수한 지역 언론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역 언론은 단순히 이 같이 행정이나 의회 감시를 위한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 언론이 다루기 힘든 지역 내 미담을 퍼뜨리기도 하고, 이웃들이 따뜻한 관심을 보여줘야 할 소외된 사각지대를 비추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지역공동체를 강화시키고, 민과 관의 관계에 있어서 보다 긴밀한 커뮤니티 통로가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시대, 지역 언론의 긍정적 요소들은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다만, 이런 지역 언론의 긍정적 요소들을 극대화 시키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언론의 독립이다. 지역 언론은 중앙언론에 비해 재정적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언론의 양심을 파는 경우들도 생겨난다. 지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이나 광고를 받아 운영함으로써, 지방정부를 향한 비판의 펜 끝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에는 지방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홍보지나 다름없게 전락해버리고 만다.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현실적 구조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재정적 독립이 바탕 된 지역 언론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언론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일 수밖에 없다. 민선 6기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보다 발전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 한 번쯤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이 됐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