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품은 삼표 앞에 놓인 세 가지 난제
동양시멘트 품은 삼표 앞에 놓인 세 가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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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문제에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까지 재무 악화 우려
▲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온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한 뒤 해고를 당했다며 삼표 측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정치인들도 해고자들과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 상황이라 삼표 측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지난달 8000억원이 넘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동양시멘트를 품에 안은 삼표가 인수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동양시멘트 해고 근로자의 복직 문제 등 난관이 남아 있어 삼표의 향배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본입찰에서 동양시멘트 경영권 지분 54.96%을 주당 1만4천원씩 총 8260억원에 인수키로 한 삼표는 지난달 29일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오는 28일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삼표는 산업은행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인수전의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본입찰이 가까워질수록 해고근로자의 복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인수 금액 대부분이 차입금으로 채워져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가 하면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9.09%의 인수 포기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삼표가 이를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해고자 복직문제 새 뇌관 되나
임시공휴일이었던 지난 14일 강원도 삼척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은 삼척 시가지에서 ‘정규직 현장복귀 위한 삼보일배’ 투쟁을 열었다. 해고된 근로자들은 100명을 넘는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온 이들은 노조를 결성한 뒤 해고를 당했다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가 간담회를 갖는가 하면 민주노총도 투쟁에 나섰다. 정치인들도 해고자들과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있는 상황이라 삼표 측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들은 아직까지는 엄밀히 말하면 동양시멘트의 사내 하청 업체인 동일과 두성의 해고 근로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6~7월 고용노동부에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진정서를 접수해 위장도급 판정을 받아 낸 바 있다. 동양시멘트 측에 복직을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사태의 발단은 원청인 동양시멘트로부터 사실상 직접 근로감독을 받아오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삼척공장의 9개 사내 하청 업체들의 근로자들 중 동일과 두성 근로자들이 지난해 5월과 6월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비롯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삼척공장에는 동양시멘트 정규직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7대 3의 비율로 섞여서 일하고 있으며 실제로 동양시멘트 관리자들이 하청 직원들을 직접 지휘해 왔다. 여기에 이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임금과 노동 시간 등의 제반 근로조건들도 모두 동양시멘트에서 결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의 임금 수준은 같은 업무를 하는 정규직에 비해 절반에 그쳤다. 해고 노동자들의 자료에 따르면 근속연수 13년 차의 하청 근로자의 연봉은 3천만원에도 못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과 두성 근로자들이 불합리한 상황을 시정하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했건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였다.
 
이들은 미적대는 고용노동부에 끊임없이 실태 조사를 촉구한 끝에 결국 위장도급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고용노동부는 “동양시멘트에 동일과 두성의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등 직접 고용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규직 복직 없이는 매각 안 된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이 같은 통보를 받은 지난 2월 동일과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동일은 이를 빌미로 101명에게 집단 해고를 통보했다.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동양시멘트는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달 초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연달아 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하청 업체의 집단해고는 사실상 동양시멘트의 해고 통지나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양시멘트 측은 인수전이 한창이라는 이유로 복직 논의를 피하면서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3월 해고 노동자들은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이제 동양시멘트를 품에 안은 삼표 측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표 측은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해당 문제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라 근로자들과의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표는 동양시멘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동양시멘트 정규직에 대한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복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와 이이재 의원에 이어 김양호 삼척시장, 정진권 시의장 등도 연달아 해고자 복직 문제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삼표 측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을 베팅한 삼표는 “본 계약을 체결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하면서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고 노동자들은 “삼표컨소시엄이 즉각 고용노동부 등의 복직 판단을 받아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삼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는 한편 동양시멘트 삼척 본사 앞에서도 “정규직 복직 없이는 매각 안 된다”면서 현장 실사 저지에 나서는 등 농성을 벌였다. 정계와 지역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삼표가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방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본계약 체결을 전후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공이 삼표 측으로 넘어온 해고 근로자 복직 문제와 더불어 인수 당시부터 제기돼 온 ‘빚으로 인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뉴시스
◆차입금융 규모에 재무 악화 우려 여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공이 삼표 측으로 넘어온 해고 근로자 복직 문제와 더불어 인수 당시부터 제기돼 온 ‘빚으로 인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삼표가 제출한 자금 조달 계획에 따르면 총 8260억원 중 8000억원이 사실상의 빚이다. 2000억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기신용으로 조달하고 2500억원은 시중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다. 이 4500억원의 차입금에 자기 자금 260억원을 보태 특수목적법인(SPC)에 후순위로 출자하는데 선순위로 투자하는 산업은행 PE실이 1500억원을 투자한다. 총 6260억원의 출자금을 근거로 산업은행은 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이 상당 부분을 지원해 단지 260억원으로 8260억원의 인수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은 특혜 시비를 낳는가 하면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인수주체인 삼표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6억원으로 8000억원의 연간 금융비용(5% 기준) 4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0억원의 자기신용 차입금과 산업은행이 주선하는 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합하면 4000억원의 직접 차입 구조가 된다. 지난해 삼표의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3750억원에 부채가 4609억원으로 이미 부채비율이 123%인데 여기에 4000억원이 더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삼표는 동양시멘트를 연결회사로 편입하면서 동양시멘트의 채무도 떠안게 된다. 지난 1분기 기준 동양시멘트의 부채는 7274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129%다.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솔솔 나온다.
 
주당 1만4000원이라는 가격 역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일 동양시멘트 주가는 61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인수가가 현 주가의 2.5배에 육박한다. 본사 사옥까지 팔면서 의욕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혔던 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 컨소시엄은 과감하게 9000원대를 적어냈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다른 후보인 유진PE 컨소시엄은 1만1000원대, 한앤컴퍼니는 1만2000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즈 컨소시엄은 당시 주가이던 7000원대보다 살짝 높은 주당 8000원대를 고려했다가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추가 지분까지 떠안을까
 
▲ 삼표가 동양인터내셔널 지분까지 가져갈 경우 총 인수 금액이 거의 1조원에 육박,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표
여기에 삼표의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도 떠오르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법원의 ‘따로 또 같이’ 전략에 의해 이번 인수전에 나온 지분은 ㈜동양이 보유한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19.09%였다. 이 중 ㈜동양 보유분은 삼표가 가져갔고 동양인터내셔널 보유분에 대해서는 한앤컴퍼니가 주당 7300원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경영권 지분을 가져가는 데 실패한 한앤컴퍼니는 소수 지분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다. 이어 주당 6400원을 제안했던 2순위 유진PE 컨소시엄 역시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 2대 주주는 큰 의미가 없고 삼표가 레미콘 업계의 라이벌이라는 점도 불편한 동거를 꺼리는 이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동양인터내셔널은 19.09%에 대한 매각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동양인터내셔널 측에 따르면 이주 중으로 소수지분 매각주관사를 다시 뽑기 위한 절차가 개시된다. 이 지분은 10월 중 매물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이 지분도 삼표가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좀 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이 지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분석에서다. 삼표는 불편한 2대주주가 등장할 가능성을 없애고 정관 변경이나 합병·감자 등의 특별결의를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한 67%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 측은 “아직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만약 동양시멘트 보유 지분 처리 방향이 블록딜로 결정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이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만큼 삼표가 또 한 번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삼표가 베인&컴퍼니를 통해 산정받은 동양시멘트의 기업가치가 주당 1만6000~1만8000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 주가 기준으로 총 12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인수금액은 사실상 ‘거저 먹는’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의 경영권 인수 금액이 직·간접적인 차입 형태로 조달되는 상황에서 동양인터내셔널 지분까지 가져갈 경우 총 인수 금액이 거의 1조원에 육박한다. 이 경우 아무리 알짜기업인 삼표라도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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