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내 자진신고하면 입찰 제한 해제? 갑론을박

19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는 8.15 특별사면 대상을 발표하면서 건설사 사면 사상 처음으로 앞으로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는 건설업체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실제 국토부의 건설사 특별사면 관련 설명자료에는 “사면일 이후 일정 기간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건설사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부가 설명하고 있는 입찰 제한 조치 사면 대상은 지난 8월 13일 이전에 발주처나 공정위로부터 입찰제한조치를 받았거나 사면일(8월 14일) 이후 일정 기간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한 업체다. 구체적인 자진신고 기간과 절차 등에 대한 공고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시민단체들은 특혜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사면대상에 범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미래 행위’까지 포함시킨 것은 정부가 건설사에 과도한 특혜를 주기 위해 원칙과 정도를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 역시 “아직 공정위 담합 조사를 받고 있는 일부 대형 건설사를 구제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은 공정위의 담합 제재가 내려지면 소송을 제기해 시간을 끄는 식으로 입찰 제한 제재가 확정되는 것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번 사면 조치로 시간을 끌어온 건설사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다.
변재일 의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의 경우 4대강 한강4공구와 낙동강 18공구에서 담합이 적발돼 2013년에 각각 15개월과 8개월의 입찰제한을 받았지만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은 낙동강과 한강에서 각각 15개월씩을 받았고, 포스코와 함께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에서는 2년의 입찰제한을 받았지만 현재 삼성물산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대림·대우·GS·롯데 등 대기업들도 유사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국토부나 건설업계는 “단순히 입찰 제한 조치만 해제하는 것이고 자진신고의 경우로 한정하였으며 과태료·과징금 등의 처분이나 민·형사상 책임은 존치되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다”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법치주의적 원리로 보아서나 국민 감정을 보아서나 ‘미래 사면’이라는 결정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데다 과징금·과태료 등보다 관급 공사 수주로 인해 쌓이는 경력과 수주 대금 등을 고려할 때 입찰 참가 제한 조치가 더욱 강력한 담합 금지 유인 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비난이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발되지도 않은 행위에 대해 사면을 약속하는 것은 국가계약법 상의 입찰 자격 제한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현재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통해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한 순서대로 과징금 전액 또는 50%와 검찰 고발을 면제하고 있는 공정위는 발표 당일까지도 이 같은 ‘미래사면’ 방침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하면서도 입찰 참가 제한은 어찌할 수 없었는데 이번 ‘미래사면’이 적용되면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면제받은 자진신고 업체들은 입찰 참가 제한까지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5일 ‘행정제재 해제조치 세부 시행지침’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어 리니언시 제도의 추제인 공정위와 어떻게 조율이 이뤄질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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