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시멘트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 불투명

동양시멘트는 최근 새 주인을 찾은 반면 쌍용양회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쌍용양회가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단일 최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사의사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채권단이 연내 매각을 위해 나섰다.
19일 쌍용양회 채권단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 뒤 향후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도록 하는 안건을 내도록 결의했다. 현재 쌍용양회 이사회 구성원 9명 중 2명이 채권단 인사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선임이 이뤄질 경우 이사회 구성원 절반이 채권단 측 사람이 되게 된다.
시멘트 업계가 호황인 점과 최근 동양시멘트가 시장가격의 두 배 수준인 8300억원에 매각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쌍용양회 채권단 측은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평양시멘트가 걸림돌이다. 쌍용양회 지분 32.36%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005년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과 함께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이미 10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태평양시멘트 입장에서는 쌍용양회를 직접 사들이기에는 가격부담이 크고, 공개매각에 찬성하게 되면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돼 고민이 깊다. 최근 몇 년 사이 쌍용양회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몸집이 커져 태평양시멘트가 매입가를 지불하기가 벅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0일 기준 쌍용양회 주가는 1만9050원으로 5년 전 49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00% 이상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쌍용양회가 그렇게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총 75% 지분에 대한 거래가 이뤄진 것이지만 쌍용양회의 경우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46.83%에 해당하는 지분만 매각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2대주주이자 단일 최대주주인 태평양시멘트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32.36%를 처분하지 않을 경우 ‘불편한 동가’가 시작되게 된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게다가 올해 들어 건설업 쪽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신도시 개발 등 갑자기 수요가 늘어날 만한 계기가 없을 경우 시멘트 업계가 급속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운 점들도 인수 희망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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