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조·김병호·함영주 삼파전 구도 예상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최종 인가했다. 이로서 최종 합병 기일로 예고됐던 내달 1일 ‘KEB하나은행’이 공식으로 출범하는 것이 확정됐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단숨에 자산기준으로 금융권 1위로 올라선다는 점에서 초대 행장의 인선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KEB하나은행의 자산규모는 290조원으로 KB국민은행의 282조원, 우리은행의 279조원, 신한은행의 260조원을 제치게 된다.
현재까지 초대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 등 세 명이다.
당초에는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도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는 사례가 KB금융그룹의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 외에는 없고 이마저도 KB사태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는 점 때문에 김정태 회장이 겸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김정태 회장 본인마저도 이를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30여년 넘게 외환은행에서 근무해 온 ‘외환맨’으로 하나은행 출신인 김정태 회장과 구색이 맞는다는 이유로 2인자격인 통합은행장을 외환은행장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은행 간의 합병에서 조직문화의 통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김한조 행장이 통합은행장으로 선임되면 이 점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외환은행 노조가 김한조 행장에 대해 하나금융에 끌려다닌다는 이유로 적대적 입장을 취하면서 조직 문화 통합 능력에 대한 신뢰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김한조 행장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내부 출신이라 조직을 잘 아우르고 관리하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결정권 하나 없이 하나금융이 시키는 대로 노조를 와해시키는 데 앞장서왔다는 점에서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선임된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전임 김종준 행장 사임 이후 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바 있다. 별다른 잡음 없이 하나은행의 실적을 잘 이끌어 왔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금융권에서 1961년생이라는 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통합은행장마저 하나은행장이 맡을 경우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합병을 통해 탄생했던 통합은행들이 은행장을 양사 출신에서 번갈아 임명하는 관행을 지키고 있기도 한 점을 감안하면 어느 은행 출신인지는 상당한 변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는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충청영업그룹 대표)은 충청지역에서 영업통으로 입지를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도 1956년생으로 적당하고 1980년 서울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계에 몸담아 왔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지만 일선 영업에 뿌리를 둔 소통 능력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본인 실적을 내기보다 직원들을 다독이고 배려하면서 팀 단위 성과를 높이는 ‘협업 리더십’에 능해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행장에서 행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통합은행장으로 인선하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깜짝인선 가능성도 낮지는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각자 장단점들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2월 폐지한 하나금융지주의 사장직을 부활시켜 김한조 행장을 선임하고 통합은행장에 김병호 은행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임원추천위원회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통합 행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선출은 오는 31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르면 내주인 27~28일 중에도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김정태 회장과 김인배·박문규·윤종남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24일 첫 회의에서 자격조건과 일정 등을 결정하고 2~3명의 후보를 압축할 예정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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