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그룹 “사업성 없다” 최종 판단…삼성생명 단독 응찰 이유는 의문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옛 서울의료원 부지의 토지 3만1543.9㎡와 건물 9개 동(2만7743.63㎡)에 대한 전자입찰에 삼성생명 한 곳이 응찰했으나 입찰 보증금을 내지 않아 결국 입찰이 최종 유찰됐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리벤지 매치’ 또한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옛 한국전력 부지를 놓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 그룹이 자존심 대결을 벌인 결과 현대차그룹이 감정가의 3배에 달하는 10조원을 베팅하면서 승리를 가져간 바 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이 결국 유찰된 것은 양 그룹이 모두 사업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한전부지의 저주’로까지 불릴 정도로 한전 부지 고가 인수 논란으로 외국인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막심한 피해를 봤던 현대차그룹이 옛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시선이 집중된 바 있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빌린 현대차그룹의 참여 이유는 한국전력 부지와 인접해 있어 개발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플랜이 흘러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입찰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심도 깊은 검토 끝에 결국 현대차그룹은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그룹 역시 결국 응찰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1년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붙어 있는 옛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를 2328억원에 매입한 바 있어 현대차그룹보다 통합 개발의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지난해 옛 한전 부지 입찰에서 현대차그룹에 고배를 마신 삼성그룹이 삼성동 부지 매입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국 삼성그룹 역시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차장(사장)은 26일 오전 “가치가 없으니 안 들어갔다”고 밝혔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입찰에서 단독 응찰은 했지만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아 참여가 취소됐다.
다만 유력한 매입 후보로 꼽히던 양 그룹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서울시는 향후 재공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부대 조건이 완화될 경우 양 그룹이 다시 참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양 그룹은 현재 해당 부지 형태가 준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활용도가 낮고 1조원이 넘는 매입 가격에 비해 연계성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전체 공간 중 절반 이상을 업무시설이나 관광·숙박·문화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편 삼성생명이 현대차그룹과 달리 응찰을 하고 입찰 보증금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전산 실무자들이 실수로 응찰을 해 버린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과거 금호산업 인수의향서 제출 당시 신세계가 잠재적 라이벌로 거론되던 롯데 측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것과 비교하며 지난해 삼성에 패배를 안겨줬던 현대차그룹의 참여 여부를 살피기 위해 눈치작전을 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전산상으로 단독 응찰까지 된 것은 맞지만 입찰 보증금을 내지 않았으니 결국 응찰하지 않은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검토를 거쳤지만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굳이 응찰하고도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은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다”면서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함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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