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일각 “유감” 社‧政 “환영” 반응 엇갈려

비록 노사정위 복귀 시점은 미정인데다 복귀하더라도 여러 사안을 두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시한 복귀 데드라인인 이날 한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결단을 내린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한노총, 정부 압박에 굴복했나?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제58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전체 중집 위원 52명 중 44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정 복귀를 의결했다.
이날 중집에선 지난 18일 중집 소집 당시 회의장을 원천봉쇄했던 금속·화학노련 및 공공연맹측은 피켓 시위에 그친 채 이들 단체에 소속된 4~5명 위원 외엔 대다수 중집위원이 노사정위 복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지난 4월 한노총은 노사정 대화 결렬의 원인으로 지목된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의제에서 제외해야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단 뜻을 굽히지 않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한노총이 노사정위 복귀로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한 것은 정부가 ‘쉬운 해고’와 관련된 의제는 추진에 시간을 둘 것이라고 밝혀 숨통을 일부 틔워 준 한편, 지난 20일 이기권 노동부장관이 직접 나서 26일까지 노사정위에 불참하면 독자 추진하겠다고 최후통첩을 전하는 등의 강온 전략을 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노사정위 복귀 이유에 대해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외에 산별 현안이 많다. (노사정위 복귀 결정은) 산적한 현안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인 개혁을 강행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힌 한 한국노총 관계자의 설명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노사정위 복귀 후 방침과 관련해 한노총의 김동만 위원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우려가 큰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며 노동계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노사정위가 재개돼도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가 한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결정되는 대로 이날 바로 4인 대표자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한노총이 “중집 결정 직후 대표자 회의 열자는 건 정부의 일방적 통보에 불과하다. 오늘 중집에 대한 내부 회의를 거쳐 실제 협상에 나아갈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불참 통보하면서 노사정위가 열리지도 않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데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일단 한노총은 정부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이날 노사정위 복귀 의사는 밝혔으나 구체적인 복귀 시점과 방법 및 논의과제 등에 대해선 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에 위임해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또 향후 재개된 노사정위에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도 이 역시 한노총 내 의사결정기구의 최종 결정 과정을 거칠 걸로 보여 총회, 대의원대회,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중집), 산별노조 대표자회의 중 중집에서 지명하는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합의안 수락 여부를 결정할 걸로 관측된다.
◆ 노동부 “한노총 복귀 환영” - 민주노총 “정부 협박에 무릎 꿇어” 온도차

한노총의 노사정 대화 재개 선언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한노총의 복귀 방침에 따라 노사정이 참여하는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재가동할 수 있게 된데다 국회 입법과 예산편성 일정에 쫓길 우려를 덜게 돼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통상임금 범위 산정,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 노동개혁의 핵심을 이루는 현안들을 논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노동부는 입장발표에서 “일자리로 절망하고 있는 우리의 딸과 아들은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 일자리를 늘리고, 일자리 격차를 해소해 주기를 염원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노사정 주체가 정성과 지혜를 모아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노사정 재개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이기권 장관은 “노사정은 그동안 논의를 통해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과 대부분의 개혁과제들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으나, 지난 4월8일 논의 중단 후 많은 시일이 경과됐다”며 “그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대타협을 도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와 더불어 사측인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한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와 관련, “이번 노사정 논의 재개를 계기로 심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노동계의 양대 축 중 일익을 이루는 민주노총에선 이날 한노총의 노사정 복귀에 대해 “노사정위를 들러리로 정부 주도의 가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정국에서 노사정위 재참여 결정은 정부의 협박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민노총은 “무엇보다 정부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한노총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없다”며 “오히려 앞에서는 대화와 타협, 토론과 설득을 위한 기구로 노사정위 재가동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노사정위 참여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에게 ‘귀족노동자’, ‘극렬분자’ 운운하며 겁박과 모욕을 서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답을 정해놓고 대화를 하자고 하고, 실제로는 자신들의 답안지에 노동계의 도장을 강요하는 것이 현재 정부와 여당의 태도”라며 “한노총의 노사정위 재참여 결정은 박근혜 정권의 거짓 노동개혁 정국에서 양대 노총 공조와 공동투쟁 그리고 전체 노동자들에 전혀 도움 되지 않은 결정이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민노총은 “오늘 한노총의 잘못된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가이드라인과 개악 입법을 막아내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 조직의 명운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며 “11월14일 ‘10만 민중총궐기’로 대정권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또 한번 충돌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도 타협 여지가 없는 민노총보다 그간 한노총에 중점을 두고 노사정위 복귀를 촉구해왔기에 이날 민노총의 반발이 향후 노사정위 재개나 대표성 문제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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