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당내 대표적 비노 인사인 그 또한 신당을 염두에 둔 듯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9월 위기설’에 휩싸여 당 안팎으로 뒤숭숭해 있는 상황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무에 복귀하고 박지원 의원도 특위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비노 원심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분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 관측이다.
일단, 당 혁신위 활동 종료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혁신안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그리고 공천 룰 또한 공정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이 돼야 비노 원심력은 안심할 만큼 잦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통합적 행보가 최근 조금씩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거센 원심력을 막아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당 분열의 위기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무엇보다, 그가 최근 정치권 핵심 이슈가 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나선 점이 주목된다. 국회의원 개인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일이지만, 남다른 의미가 부여됐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가 과거 독일식 연립정부에 대해 깊은 호감을 표해왔던 것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문제나 중선거구제 전환 문제 등은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 또한 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안 전 대표의 중선거구제 제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 당 안팎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당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즉 다당제 구도를 만들어 다양한 미니정당들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금 야권에 천정배 신당, 박준영 신당 등 군소정당들이 우후죽순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겠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안철수 전 대표 또한 곧 가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중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하기에 앞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전 지사와 안 전 대표는 과거 손학규 전 대표 등과 함께 연대설이 돌았던 바 있어, 이들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바 있다. 이때 손학규 전 고문도 김 전 지사와 함께 독일에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독일식 연립정부를 새정치의 모델로 제시했다. 안 전 대표 역시 이런 연립정부 모델에 공감을 표하면서 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더욱 높였던 바 있다.
그런 인연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났으니, 그것도 새정치민주연합 분열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만났으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김두관 전 지사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안 전 대표와 당이 어려우니 혁신해서 국민의 편에 설 수 있는 수권 대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수권 대안정당을 만든다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제3의 대안정당을 만든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었다. 다만, 이런 대화들을 나누는 과정에 신당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만일, 안철수-김두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신당 논의가 진행될 경우 여기에는 반드시 손학규 전 고문의 이름도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가 이뤄진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이들과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들과 함께 최근 TK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합리적 보수세력의 가세도 예상해볼 수 있다.
가능성의 폭을 더 넓힌다면, 이 같은 인사들의 조합이 대부분 TK와 PK 중심이라는 점에서 호남쪽 인사들과의 합류 또는 연대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지역을 넘어선 합리적 정치세력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결합이자, 영남 개혁세력과 호남 중도개혁세력이 하나가 되는 그림이다.
물론 이런 가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고, 또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정치권에 떠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국민들이 그만큼 지금의 정치권, 특히 야권에 대한 판 갈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의 정치권 판 갈이가 시작될지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