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위축에 악재 폭탄 어쩌나…해피랜드 “의혹 사실 아냐”

7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김관정)는 해피랜드 경영진이 회삿돈 수 십억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해피랜드의 전직 임원 등이 임용빈 회장 등의 경영진이 지난 수 년간 의류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지난 6~7월 경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고발장의 주장대로 임용빈 회장 등이 다량의 이월 상품을 소위 ‘땡처리’하는 과정에서 매출액을 누락하는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될 경우 임용빈 회장을 포함한 해피랜드 경영진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발장에는 임용빈 회장의 동생인 임모 씨에 대한 횡령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자칫 오너 일가가 나란히 검찰에 소환되는 모양새가 나올 가능성도 감지된다.
◆횡령 의혹에 세무조사까지 ‘울상’
물론 해피랜드 측은 횡령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수사 관련 사항이 보도되자 해피랜드는 즉시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이월 상품 판매를 통해 비자금을 형성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해피랜드 측은 특히 이번 고발은 고발장을 접수한 전직 임직원들의 음해성 고발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피랜드에 따르면 고발인들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이미 130억원에 달하는 횡령 및 배임으로 검찰에 고발돼 조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앙심을 품고 허위 내용을 기반으로 해피랜드를 음해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해피랜드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 따르면 해피랜드는 전직 임원 6명을 관련 혐의로 해임하고 직접 수사 기관에 고소했다.
하지만 이처럼 해피랜드가 “검찰에서 모든 내용을 잘 소명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이 접수되던 시점을 전후로 국세청이 해피랜드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2개월 가량의 일정으로 해피랜드의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현재 서울지방국세청은 해피랜드의 회계·세무 자료 수 년치를 확보해 탈세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세무 당국이 동시에 해피랜드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횡령을 넘어 비자금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피랜드 측은 이에 대해서도 “4~5년 주기로 실시되는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매출 누락이나 비자금 형성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갑질 논란’ 보도까지…불매운동 격화

지난달 30일 MBC 시사보도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는 해피랜드가 백화점 매니저의 수수료를 갈취하고 대리점에 소위 ‘밀어내기’를 해 왔으며 임용빈 회장이 친인척들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방송에서는 해피랜드가 반품을 받지 않는 경영으로 대리점에 재고 물품을 떠넘겼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한 대리점주는 이 보도에서 평균 9000만~1억원의 재고 물품을 떠안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해피랜드가 대리점의 이월 상품 할인 판매시 할인된 만큼을 ‘로스’로 처리해 이 비용을 대리점에 청구하고, 동일한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를 대리점가의 최대 반값 이상으로 책정해 대리점의 고충을 심화시켰다는 내용도 담겼다. 심지어는 대리점 측이 본사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가격보다 온라인 판매가가 더 저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수수료 관련 행태도 보도됐다. 당초 해피랜드가 매출의 17%라던 판매 수수료는 실제로는 사은품 비용과 로스 비용 등을 백화점 매니저나 매장의 점주 급여에서 감하다 보니 10%로 뚝 떨어진 것으로 보도됐다. 대리점주가 악순환에 빠져 폐점하려고 하면 모든 제품을 구매해야 폐점을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억원 넘는 제품을 구입한 매니저의 사례도 보도됐다. 심지어 오너 일가의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비용을 대리점의 몫으로 돌렷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도가 나가자 해피랜드는 각종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이 빠르고 고객들의 단결력이 강한 업계 특성상 인터넷 육아카페와 커뮤니티에는 해피랜드 제품의 불매 운동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밀어내기’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남양의 사례에 비교하는 목소리도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해피랜드는 “그간 매장 계약 조건에 따라 반품을 받는 곳도 있고 안 받는 곳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모든 매장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계약에 따라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해피랜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반품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리고 위탁판매자에 대해 현재 모두 반품을 받고 있다”면서 “개선 작업을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잇단 해명에도 검찰과 국세청의 타깃이 된 상황에서 갑질 논란까지 방송을 타자 가뜩이나 어려운 유아용품 시장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들어 우리 나라 유아용품 업체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저출산 국가로 접어들면서 유아용품 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 2013년 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13년 째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다.
해외 직구의 확산으로 프리미엄 제품군 역시 타격을 입고 있다. 요즘 젊은 주부들은 많지 않은 자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때 해외 브랜드의 고가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고가 제품 비중이 늘면서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뢰도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떄문이다. 국내 영유아용품 시장에서 수입품 비중은 70%로 추산된다.
여기에 노스페이스나 유니클로 등 글로벌 의류업체들마저 유아동복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피랜드처럼 유아동복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이 입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유아동복 시장은 2013년 6013억원 규모로 2012년에 비해 2.8% 감소했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토종 1호 영유아업체 아가방앤컴퍼니가 중국의 여성 의류업체 랑시그룹에 경영권을 넘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피랜드 역시 그 이유가 공격적인 행보가 아니라 “남은 게 중국 시장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해피랜드의 2013년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0% 이상 급감했다. 순이익면에서는 2012년 34억원에서 2013년 8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29억2608만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말 해피랜드는 여성복과 골프의류 등 종합패션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복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악재가 한 번에 몰리면서 자칫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해피랜드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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