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낙하산 인사’ 무풍지대 뚫리나
KT&G, ‘낙하산 인사’ 무풍지대 뚫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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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공모 마감, 서치펌 추천 외부인사도 지원 가능
▲ KT&G 사장추천위원회가 8일 후임 사장 선임과 관련한 지원서류를 마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KT&G가 지난 7월 말 민영진 전 사장이 사의를 표하고 물려난 것과 관련해 후임 사장을 인선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민영화 이후 내부인사만을 사장으로 선임해오던 전통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에서는 외부에서 후임 사장을 데려올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9일 KT&G에 따르면 KT&G 사장추천위원회는 전날 후임 사장 선임과 관련한 지원서류를 마감했다. 이번 공모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현직 KT&G 전무급 이상 또는 전‧현직 KT&G 계열사 사장을 비롯해 전문 서치펌 추천 ‘외부 인사’도 지원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간 낙하산 인사 ‘무풍지대’로 통했던 KT&G에 드디어 외부인사가 영입되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공정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이미 점찍어 놓은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날 KT&G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후임 사장 선임 관렴) 향후 일정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면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외부인사 지원가능’, 낙하산 위한 포석?
 
민영진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으로 남아있는 자리를 대신할 인물은 뽑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후임 사장을 뽑는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기존에 KT&G가 사장을 선임할 때마다 추구했던 ‘사내 공모’ 제안을 없애면서 낙하산 인사 등용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후임 사장 인선과 관련해 공모자격, 절차, 필요한 제출서류 등을 공지했다. 지난 8일 지원서 접수가 완료됐고, 향후 심사를 거쳐 후보자 1명을 추천한다. 최종 후보자는 내달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되게 된다.
 
2002년 12월 27일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사명을 바꾸고 민영화로 전환된 이후 선임된 전직 사장들인 곽영균 전 사장, 민 전 사장의 면면을 보면 모두 내부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들이다. 곽영균 전 사장은 한국담배인삼공사 해외사업본부장과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했었다. 민 전 사장 역시 1986년 KT&G 전신인 전매청에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최근까지 일한 그야말로 KT&G 통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장추천위원회가 공모자격을 외부 인사로까지 확대하면서 외부에서 사장이 영입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담배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기재부 출신이 최종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KT&G 민영화 취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그 동안 담배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 KT&G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향후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게 되면 시장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한다.
 
다만 내부 인사 중에서 후임 사장이 인선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함기두 수석부사장과 백복인 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두 사람 모두 KT&G에서 장기간 근무했고,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민 전 사장 다음으로 직급이 높다.
 
◆ 노조 “낙하산 인사, 좌시하지 않을 것”
▲ KT&G 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후임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KT&G 내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선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민 전 사장이 사퇴한 당일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은 내부승진과 전문경영인 도입 등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는 “정치권 등의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 22개 노조지부가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KT&G는 주주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과 농민,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목숨 같은 일터이자 생활터전”이라며 “2002년 민영화 이후 13년간 전문경영인이 조직을 이끌어 왔고, 이 같은 원칙을 단 한 번도 변경한 적이 없다. 새롭게 선출되는 최고경영자 역시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영진 전 사장, 비자금 의혹 수사 향방은?
▲ 민 전 사장이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번 후임 사장 인선이 진행되게 됐다.ⓒKT&G

 
이번 사장 인선이 시행되게 된 결정적 이유인 민 전 사장의 사의표명은 그를 둘러싼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 전 사장은 지난 7월 29일 개최된 이사회에 참석해 직접 사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 KT&G 사장의 임기가 통상적으로 3년인 점을 감안하면 민 사장은 내년 2월 주주총회까지 사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자회사 관련 계좌 등을 수색하면서 민 사장은 실제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석우 부장검사)는 민 사장이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사장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KT&G 임직원과 민 사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KT&G는 2011년 소망화장품, 예본농원, 렌조룩 등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설립했다. 소망화장품은 2011년 KT&G에 인수된 지 3년만인 지난해 부채총액(681억원)이 자산총액(555억원)을 넘어서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이미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 포화상태였음에도 2013년도에 ‘오늘(Onl)’을 런칭 했다가 실패한 영향이 컸다. 당시 소망화장품 매출은 788억 원으로 전년도 1260억 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7.5%나 떨어졌고, 영업손익 역시 적자 전환했다. 이에 KT&G가 소망화장품 인수 이후 실적개선을 위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KT&G는 지난해 8월 앞서 2011년 12월 설립했던 농업회사법인인 예본농원도 정리했다. 예본농원은 KT&G가 종자개발과 경작 등 종묘사업을 하기 위한 취지에서 설립한 회사다. 하지만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성급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실만 보고 나온 셈이다.
 
같은 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의 운영사 렌조룩의 경우 영업권으로 533억이나 지불했지만, 순이익이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 결과 현재 렌조룩의 영업권은 인수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171억 원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수난을 겪은 소망화장품, 예본농원, 렌조룩 등 세 회사의 공통점은 민 전 사장 취임 후 계열사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민 전 사장은 2010년 2월 KT&G 사장으로 취임한 뒤 국내외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신규 법인을 세우며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왔다. 이런 식으로 추가된 계열사만 민 사장의 임기 5년 간 총 11곳에 달한다. 그러나 11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이 사라지거나 적자상태로 머물러 있고 3곳은 매출과 순이익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KT&G가 최근 몇 년 사이 몇몇 계열사들로 부터 부진한 실적을 보고받았음에도 배당금 규모 확대에는 한 치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배당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KT&G는 지난해 주당배당금을 전년도 3200원 수준에서 3400원으로 올렸다. 따라서 배당금총액은 2013년 4029억 원에서 2014년 4281억 원으로 증가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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