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한 달여 만에 찜질방서 검거…피해 규모 수 십억 될 듯
1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전날 NH투자증권 용인 수지점 직원 김모(43)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ELW 등 파생상품에 고객들의 자금을 마음대로 투자해 운용했다가 손실을 내고 잠적, 한 달여간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달 중순부터 잠적하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도피생활을 해 온 김 씨는 지난 8일 새벽 2시경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의 한 찜질방에서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NH농협증권과의 합병으로 NH투자증권 소속이 된 김 씨는 2007년부터 고객의 돈을 임의로 운용하면서 2009~2010년 집중적으로 손실을 입고 고객들에게 손실 사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로 잔고 증명서까지 발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H투자증권 측은 수 년 간의 감사에서도 이를 파악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한 고객이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면서 사태를 파악, 지난달 15일 경찰에 김 씨를 고발했다.
처음에 전해진 피해 규모는 10억원 안팎 수준이었지만 NH투자증권 측이 대상 고객들과의 개별 접촉과 자체 감사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속속들이 나타나면서 현재까지 11명의 고객들이 46억원의 투자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향후 수사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김 씨가 오랜 기간 근무해 온 만큼 관리해 왔던 고객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피해 규모가 확인되면 보상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보상 규모가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일체를 시인했지만 그간 끌어다 쓴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친인척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 온 김 씨는 손실 규모가 커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객들의 돈을 끌어다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씨는 고객들의 카드에서 돈이 인출될 경우 발송되는 문자메시지를 고객들에게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리 콜센터에 전화해 본인의 가족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등록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임의적인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감추기 위해 고객들에게는 허위로 잔고 증명서를 발행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대부분이 인터넷뱅킹 등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50~60대 고객들로 구성돼 있어 피해 사실을 많게는 수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서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마음 먹고 하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시스템 차원의 보완이 필요한 것 같기는 하다”고 한 바 있다. 그는 다만 “구체적으로 보완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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