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 빠진 동부팜한농 인수전, 열기 ‘주춤’ 할까
사조 빠진 동부팜한농 인수전, 열기 ‘주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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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 긍정적…주 고객 농민인 점 걸림돌 될 수도
▲ 14일 동부팜한농에 대한 예비입찰이 시작됐다. 당초 이번 인수전에는 사조그룹을 비롯해 한화케미칼, CJ제일제당, 롯데케미칼, KG케미칼 등 대형 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고됐었지만 사조그룹은 끝내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사조그룹이 최근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동부팜한농 예비입찰에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동부팜한농에 대한 예비입찰이 시작됐다. 당초 이번 인수전에는 사조그룹을 비롯해 한화케미칼, CJ제일제당, 롯데케미칼, KG케미칼 등 대형 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고됐었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끝내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사조산업의 지분 50만주를 아버지인 주진우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으면서 사실상 승계권을 잡은 주 본부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부팜한농을 두고 7000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매각가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동부팜한농이 갚아야 할 차입금이 4000억 원에 이른다는 점과 주력 사업이 농민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협상력이 떨어지는 등 향후 사조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동부팜한농의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이날 적격 예비후보 선정과 실사를 거친 뒤 10월 초 본입찰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매각 대상은 동부그룹이 가진 지분 49.9%와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 50.1%로 동부팜한농 지분 100%다.
 
◆ 동부팜한농, 상반기 성적표 ‘우수’
 
동부팜한농의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크게 회복된 것을 두고 매각을 주도하는 몇몇 재무적투자자들이 매각가를 7000억 원 수준에서 부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팜한농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682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4884억 원을 냈던 것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의 경우 72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390억 원을 냈던 것과 비교해 약 2배나 증가했다.
 
동부그룹의 동부팜한농 매각이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실적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이 리스크로 작용했었지만 이번 상반기 분기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동부팜한농은 점차 기초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모양세다.
 
◆ 5천억 차입금, 걸림돌 될까
▲ 인수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동부팜한농이 가지고 있는 순차입금 5000억 원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재무적투자자들은 동부팜한농이 계속해서 부채비율을 감축해 나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부팜한농은 비핵심자산에 속하는 유휴부지와 동부팜가야, 화공사업, 유리온실단지 등을 처분했고 울산공장 유휴부지를 담보로 2000억 원을 조달했다. 게다가 현재 서울 가락시장의 청과법인인 동부팜청과와 울산 유휴부지 등 일부 매각도 추진중에 있다. 동부팜한농은 이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000억 원대로 계상된 순차입금 규모를 4000억 원대까지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인수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동부팜한농이 가지고 있는 빚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신용등급이 높은 곳에서 인수해갈 경우 차입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석유화학 관련 계열사를 보유한 LG화학과 CJ, 롯데 등이 동부팜한농 인수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팜한농은 종자와 작물보호제, 비료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툰다. 자체적으로 개발해 보유한 농작물 종자도 600여개에 이르는 데다 바이오소재나 농업자원 사업, 동물의 약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어 이번 인수전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
 
▲ 동부팜한농은 2013년 2월 화옹 유리온실 사업자로 선정된 후 380억 원을 투자해 시작한 토마토 재배사업을 포기했다.ⓒ동부팜한농
◆ 난공불락 농민단체, 신사업 추진 어려울 수도
 
다만 동부팜한농의 주력 사업이 농약부분이고, 시장 특성상 농민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제품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인수 여부를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고민거리다.
 
동부팜한농의 농약부문 시장 점유율은 20%, 비료부문은 20%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이 같이 한 기업이 특정 부문 사업을 가점하는 경우 가격 주도권을 쥔 ‘갑’이 되기도 하지만 동부팜 한농은 사실 ‘을’이나 다름없다. 농민들은 응집력이 강한데다 법적규제로 보호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동부팜한농은 2013년 2월 화옹 유리온실 사업자로 선정된 후 380억 원을 투자해 시작한 토마토 재배사업을 포기했다. 앞서 2010년 동부그룹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화성시와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화성 화옹 간척지구 유리온실 조성사업에 민간사업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농어촌공사 등이 간척지를 임대해주면 동부가 유리온실을 설립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2010년 7월 동부팜한농의 자회사 동부팜화옹은 공사에 착수했고, 2012년 12월 유리온실을 완공했다. 규모는 일본의 식품회사 가고메가 운영하는 10만여㎡ 크기의 유리온실보다 큰 12만여㎡ 크기로 아시아 최대 규모 시설이었다.
 
동부팜화옹은 유리온실이 완공되자 국내 농가에서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분홍빛 토마토가 아닌 업소용 유럽게 붉은 토마토를 키운 뒤 90% 이상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이 대기업의 영농사업 진출에 반대하며 동부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결국 동부팜 한농은 화옹 유리온실사업을 포기했다.
 
동부그룹은 화옹 유리온실 매각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2013년 6월 화성농민단체가 만든 ‘화성 그린팜’에 유리온실을 매각한 뒤 동부그룹과 공동 운영하는 조건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농민단체의 반발로 매각이 무산됐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역농협의 반대로 매입을 추진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화옹 유리온실은 자연스럽게 방치됐고, 동부팜화옹도 경영난에 빠졌다. 동부팜화옹은 지난해 37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난 달 전기공사 및 차량가스충전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우일계전공업 계열사 우일팜에 200억 원의 매각대금을 받고 유리온실을 팔았다. 애초 동부그룹이 투자한 금액 380억 원의 절반 정도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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