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그룹, ‘남매의 난’ 촉발될까
피죤그룹, ‘남매의 난’ 촉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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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회장 의중 어디로 기울지 관심
▲ 재계는 이윤재 피죤그룹 회장이 장녀인 이주연 대표이사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시나리오를 유력하다고 봐왔지만, 피죤가의 유일한 아들인 이정준씨가 돌아오면서 판이 뒤집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간 재계는 이윤재 피죤그룹 회장이 장녀인 이주연 대표이사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부녀승계’ 가 유력하다는데 입을 모아왔다. 피죤가의 유일한 아들인 이정준씨가 미국에 거주하며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모션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준씨가 돌아왔다. 정준씨는 아버지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후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는 누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남매의 난’이 예고됐다.
 
◆ 손배訴 남동생 승리
 
서울중앙지법은 정준씨가 누나인 주연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연씨는 회사에 4억258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준씨가 누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정준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주연씨가 별개 법인인 중국 법인 직원들을 직원명부상에 마치 피죤에서 일하는 것처럼 올린 뒤 인건비를 지급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인정 된다”며 “아버지 이윤재 회장이 구속된 이후 대표이사가 된 주연씨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건비 대납을 계속 승인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이익을 취한 것은 없는 점을 고려해 책임은 7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말 정준씨는 “누나에게도 아버지 배임‧횡령의 책임 중 일부가 있다”며 최대주주 자격으로 주주를 대표해 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주연씨는 “동생이 피죤 주식을 획득한 때는 13세였다”며 “아버지 주식의 명의상 주주기 때문에 소송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정준씨가 주식을 취득했을 당시 이윤재 회장이 아들에게 주식을 물려줄 의사가 있었을 수 있다”며 주연씨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 아버지와 사이는?
 
정준씨는 이미 아버지인 이 회장과도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정준씨는 법원에 이 회장을 상대로 한 배당금 지급명령 신청을 제출했다. 정준씨가 아버지와 누나가 현재 보유한 지분보다 많은 32.1%를 가지고 있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금 요구뿐만 아니라 향후 경영권을 가져오는데도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준씨는 10대던 1978년 아버지가 피죤그룹을 설립한 직후부터 지분을 갖기 시작했다. 배당금을 두고 법정싸움이 벌어지자 이 회장은 “아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은 내가 명의신탁한 것이므로 배당금을 줘야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원은 정준씨의 손을 들어줬다.
 
◆ 이 회장, 이대로 보고만 있나
 
최대주주인 정준씨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이 대표에게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자신과 누나를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들을 이대로 보고만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순 계산으로 만약 이 회장이 딸에게 승계권을 완전히 넘겨주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피죤그룹 지분 전량 22.3%를 물려준다고 가정하고, 이 대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분 15.3%에 이를 합치면 이 대표의 지분은 동생이 가진 32.1% 보다 많아지게 된다.
 
정준씨는 그간 경영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메릴랜드주립대 타우슨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비교해 이 대표는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메린랜드 미술대를 거쳐 뉴욕 퀸스대 대학원 회화과에서 공부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워온 인물이다. 1996년 피죤그룹에 디자인 팀장으로 첫발을 들인 후 마케팅 실장과 관리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현재 대표 자리에 올랐다.
 
◆ 이론 정통한 아들인가, 입지 두터운 딸인가
 
한편, 이 회장은 2011년 해직된 전 임원이 언론을 통해 회사를 비판하자 폭력배에게 해당 임원을 폭행하도록 해 ‘청부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 이후 2013년 다시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대에 섰다가 변제금을 물고 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다시 이 회장이 피죤 측에 변제금을 다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초 재판부가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한 처벌수위를 집행유예로 마무리해준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 회장은 소송을 취하했다. 청부폭행에 이어 배임‧횡령 혐의로 이 회장이 몇 년 간 법정소송을 치르는 동안에는 장녀인 이 대표가 단독으로 대표이사로써 회사를 이끌어왔다.
 
이 회장이 향후 그룹을 이끌어 갈 인재로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경제학과를 졸업해 교수로 재직 중인 점을 생각하면 아들인 정준씨가 이론은 탄탄하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그룹에 몸담고 있는 딸 이 대표의 그룹 내 입지도 무시할 수 없다. [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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