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기조작 사태, ‘일파만파’
폭스바겐 배기조작 사태,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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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폭탄’에 이어 주가도 ‘폭락’
▲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유래 없는 위기를 맞았다. ⓒ폭스바겐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으로 호된 홍역을 치루고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폴크스바겐)은 ‘국민차’ 라는 독일어다. 올해 상반기 동안 세계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19일 미국환경보호청은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 승용차 48만여대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미국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이 엔진을 단 차량에 배기가스 검사 시에만 배출 통제 시스템을 최대로 가동시키고 평상시에는 배출 통제 시스템의 작동을 중지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폭스바겐 측도 이를 인정한 상황.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차량은 배기가스 검사는 통과했지만 실제 주행 시 허용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조작 혐의가 사실로 확정되면 최대 180억달러(약20조9200억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클린 디젤’ 내걸었지만 실상은…
 
리콜이 진행돼 소프트웨어를 다시 덮더라도 배기가스 기준에 맞게 정상적인 범주내로 들어오지만 문제는 연비와 출력이 대폭 감소한다는 점이다. 클린 디젤을 슬로건으로 내걸던 폭스바겐이 정작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매연을 배출하면서 기준치 통과를 위해 속였다는 점에 이미지와 신뢰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2.0 TDI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2015년형 차량의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이 엔진은 폭스
▲ 폭스바겐 AG의 자회사 아우디의 A3도 이번 사태에 포함됐다. ⓒ아우디
바겐 골프와 제타, 파사트, 비틀, 그리고 아우디 A3 럭셔리 모델 등에 사용된다. 폭스바겐 주력 모델이 거의 포함됐다. 미국환경보호청은 현재 포르쉐의 SUV 카이엔과 아우디 Q5, A6, A7, A8 등 모델에 대한 조사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죄송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빈터코른 CEO는 지난 22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폭스바겐의 브랜드와 기술, 차량을 신뢰하는 전 세계 수백만명의 신뢰를 저버린 데 대해 끝없이 죄송하다”며 “고객과 당국, 모든 사람에게 잘못된 일에 대해 모든 방법으로 사과한다, 앞으로의 우리 행보에 신뢰를 보여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빈터코른 CEO가 방출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날 현지 언론은 현 CEO가 오는 25일 열릴 이사회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까지 빈터코른 CEO는 거취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
 
이번 사태는 미국을 벗어나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폭스바겐의 자체조사결과,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의 디젤 차량에도 별도 배기가스 차단 장치 장착이 확인됐다. 폭스바겐 측은 구체적인 지역에 대한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독일 정부를 위시한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스웨덴도 폭스바겐 디젤 차량 전량에 대해 광범위한 특별조사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팔려나간 폭스바겐 디젤 차량 배출가스 차단장치가 조작됐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2009년 이후 국내에서 유통된 차량도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차종은 2009년 이후 국내에서 약 7만여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 골프가 2만6518대로 가장 많고, 파사트 차량이 1만7919대, 제타가 1만393대, 아우디 A3는 3047대가 유통됐다.
▲ 이번 사태에 폭스바겐은 2.0 TDI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2015년형 차량의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폭스바겐

국내에서도 논란 확산이 커져감에 따라, 정부는 해당 차종의 연비 재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환경부는 다음달 미국 내 리콜 차량 기준에 맞춰 골프와 제타, 아우디A3 등 3개 차종의 배출가스를 검증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차종의 배출가스가 어느정도인지 국내에서도 검사해 볼 계획이다”라며 “국내에서도 미국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법인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미국 판매 차종과 한국 제품은 배출가스 기준이 달라 엔진부터 세팅이 완전히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환경부가 이번에 문제가 된 차량에 대해 전면 재조사 방침을 발표하자 폭스바겐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이번 사안을 전면 조사하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조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내 수업차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불똥이 튀지 않을까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체 수입차 신뢰도가 떨어져 판매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소비자들의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다. 디젤 엔진 기술을 선도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폭스바겐이 꼼수를 썼는데,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주가하락으로 약 33조원 증발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반 토막 이상 폭락했다. 23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주가는 19.82% 떨어진 106유로에 마감했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전날에도 18.60% 폭락했다. 이틀간 주가 하락으로 증발해버린 시가총액은 250억유로(약 33조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고점과 비교해 58% 폭락한 수치다. 이 기간 사라진 시가총액만 611억9000만 유로(80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이처럼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 결함에 따른 리콜이 아니라 속임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이번 사태가 전례가 없었던 만큼 쉽사리 회복되기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지 증권가 관계자는 “보통 스캔들에 휘청거린 주가는 뉴스에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시간에 빠르게 회복되지만 폭스바겐의 사례는 다르다”고 말했다. 금전적 비용 이외에도 이번 사태에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땅에 떨어진 신뢰 등을 고려했을 때 폭스바겐의 손실은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이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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