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익스 매각가 급락 전망에 KTB ‘난감’
동부익스 매각가 급락 전망에 KTB ‘난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원매자 데려올 수 있을까
▲ 당초 동부익스프레스를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됐던 것과 달리 열기가 식고 있는 모양새에 KDB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동부익스프레스
동부익스프레스를 가져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됐던 것과 달리 현재 숏리스트에는 현대백화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또한 매각가로 7000억원 이상이 지불될 것으로 기대됐었지만, 단독 입찰한 현대백화점은 4000억원 이상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 KDB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지난 7월말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숏리스트에는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CJ대한통운, 동원그룹, 한국타이어, 한앤컴퍼니, MBK 등 내로라하는 유통기업과 사모펀드들이 총집합했다. 하지만 막상 동부익스프레스 자산에 대한 실시가 진행되자 후보자들의 인수 의지가 식기 시작했다.
 
실사 결과 계열사에 의존해 수익을 내는 ‘내부거래율’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공식적인 내부 거래율은 전체 매출의 33%에 해당하는 2700억원 이었지만, 특수관계자나 하청업체 거래분까지 합친 내부 거래율은 50%에 달했다.내부거래율이 높다는 것은 인수 후 주요 고객사의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KTB PE, 7천억 고가매각 욕심 버려야
 
7곳에 달하던 인수후보자들이 갑자기 발을 뺀 것을 두고 배경을 궁금해 하는 시각이 많다. 인수 의사를 철회한 6곳의 기업들은 ‘본 사업에 주력’ 또는 ‘인수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피인수자인 KTB PE가 실사 이후 인수 후보자들의 매입 의지가 줄었음에도 매각가 7000억원을 고집했고, 결국 대대적인 후보자 이탈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매각작업이 시작될 당시 투자은행 업계는 매각주체인 KTB PE의 행보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미 LG실트론 투자 회수 부진과 전진중공업 매각 지연 등으로 투자능력에 자존심을 구긴 KTB PE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다시 반전을 꿰할 수 있을지를 놓고 관심이 모아졌다.
 
KTB PE 박제용 부회장은 직접 원매자를 만나 일정 수준 이상의 매각가를 제시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등 시장의 시선을 반전시키기 위해 열을 올렸다. 여기에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물류회사 매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예상 매각가는 1조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실사가 진행되자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 하락 요인들이 속속 발견됐다. 내부거래율이 생각보다 높게 나타난 데다 전체 영업이익의 5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동부인천항만이 정부의 최소수입보장에 근거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KTB PE의 희망 매각가 7000억원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KTB PE는 매각가를 깎아줄 의사가 없었고, 현대백화점만 남겨놓고 나머지 후보자들이 모두 인수전 참여를 접었다.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은 4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황한 KTB PE 측은 해외 원매자를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단독 입찰한 현대백화점이 매각 과정에서 매각가 인하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 현대百 4천억 제시도 적지 않아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4000억원도 적은 금액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가 4000억원 초반 정도로 추산됐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동부익스프레스의 주 고객인 동부제철이 영업축소와 워크아웃을 단행하고 있는데다 동부팜한농 매각 이슈와 동부메탈 실적 악화 등 내부거래율이 높은 동부익스프레스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하나도 없다.
 
결국 인수전의 열기가 식으면서 다급해진 것은 KTB PE쪽이다. 매각을 늦추고 재입찰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내부거래율이 높은데다 관계 계열사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주 물량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이 해외투자자 찾기를 자처하며 중국으로 갔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롭게 등장한 중국기업이 현대백화점보다 높거나 비슷한 금액을 써내 팽팽한 경쟁구도를 만들지도 의문이다.
 
이에 사실상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해 가거나 아니면 매각자체가 유찰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상황이다. 
▲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를 가져온다고 가정하면 현대홈쇼핑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사진 / 시사포커스DB

◆ 현대百, 돈 끌어오려면 홈쇼핑과 공조
 
만약 현대백화점이 동부익스프레스를 가져온다고 가정하면 현대홈쇼핑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현대홈쇼핑과 공동 컨소시움을 구축해 인수전에 참가했다.
 
올해 6월말 기준 현대백화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이내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을 추산하면 7579억원 정도다. 유동성 자산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포함, 단기금융상품(1880억원), 매출채권(4476억원), 미수금(108억원), 재고자산(582억원) 등이 포함된다.
 
현대백화점과 비교해 현대홈쇼핑의 유동성 자산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억원에 불과하지만 기타 금융자산이 1조22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홈쇼핑 주주들의 입장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현대홈쇼핑의 지분 15.80%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동부익스프레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