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C 의지 재확인…낮아진 주가 오히려 마중물 작용?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투자확약서를 위한 세부 조건 협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ADIC는 14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인 국부펀드로 이미 우리은행 매각주관사 측을 통해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며 연내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정찬우 부위원장은 UAE를 포함한 중동 3개국을 방문하는 등 우리은행 지분 인수자를 찾기 위해 중동에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네 차례의 민영화 시도에서 실패했던 경영권 지분 포함 매각 방식은 이번 다섯 번째 시도에서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변경됐다.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은 51.04%로 이 중 30%가 4~10%씩 쪼개져 매각된다.
이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의 선회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초기 시각은 서서히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일 수 없어 정부로서도 손해고 인수자 역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없어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받아 왔다. 실례로 네 번째 매각 시도 당시 막판까지 고심했던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최근 경영권을 가져올 수 없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ADIC는 우리은행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 오히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 지불 없이 현재 주가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ADIC 외에 접촉한 쿠웨이트투자청(KIA)나 두바이투자청(ICD) 등 중동 자본 외에 네 번째 민영화 시도 본입찰 당시 단독 입찰했던 중국의 안방보험 역시 눈독을 들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방보험그룹은 우샤오후이 회장이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손녀사위라는 점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설립 10년 만에 자산 규모가 1조 위안(약 175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ADIC의 가세로 ‘오일머니’와 ‘중국 자본’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리은행의 외국계 은행 변신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 변신할 경우 지난 2000년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이 각각 칼라일펀드와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가 한국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변신한 이후 처음이다.
또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공적자금 회수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낮아진 주가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주당 9000원대에 불과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인 주당 1만35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낮아진 주가는 공적 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으면서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왔지만,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로 오히려 낮은 주가가 인수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하게 될 전망이다. 최대한 빨리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일부 지분을 넘기고 경영 개선을 통해 주가를 부양한 뒤 남은 지분을 더 비싸게 팔면 공적 자금의 온전한 회수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다만 ADIC가 금산분리법상 비금융주력자본으로 분류돼 4% 이상의 의결권을 보유할 수 없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정부는 ADIC가 10% 가량을 매입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ADIC가 6% 가량의 의결권을 포기하면서까지 10% 전량을 매입할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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