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혜롭게 말할 것”

당시 정 최고위원은 4·29 재보선 패배 후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던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친다”고 발언해 주 최고위원이 즉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 내분을 표면화시켰는데 이 때문에 윤리심판원으로부터 1년의 당직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재심에서 6개월로 감경된 것도 모자라 지난 23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4개월 만에 조기 사면되며 ‘친노 감싸기’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까지 일으킨 바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 최고위원은 “그동안 안녕들 했느냐. 오랜만에 고향집에 온 듯한 기분”이라며 “앞으로 더 지혜롭게 말하겠다. 하지만 야당다운 야당을 위해 할 말은 또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재인 대표도 “2·8전당대회로 출범한 당 지도부가 다시 모였다”며 “당이 이기기 위한 최고의 전략과 최고의 혁신은 통합과 단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최고위원의 막말 피해 당사자였던 주승용 최고위원도 “정청래 최고위원, 반갑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당시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의 ‘사퇴 공갈’ 발언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108일 만인 지난 8월 24일 당무에 복귀한 바 있다.
이어 유승희 최고위원도 “정청래 최고위원이 오랜 시간 동안 은연자중하고 돌아왔다”며 “우리 모두에게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한 시간이 됐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비주류로 꼽히는 유 최고위원은 사무총장직에 친노계인 최재성 의원을 선임한 것을 두고 문 대표와 갈등을 빚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오다 20여일만인 지난 7월 13일 당무에 복귀한 바 있어 이날 최고위원들이 오랜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인 데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날 회의 중 정 최고위원은 약속한대로 자극적인 발언 없이 한국의 인권‧언론 지수 등을 거론하며 최근 집회 중 연행됐던 민노총 간부들을 수갑 채워 조사한 사례들 들어 집회 시위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것을 정부에 담담히 전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또 회의가 끝난 뒤엔 갈등 당사자였던 주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이 함께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을 연출하며 단합을 과시해 무엇보다 당 내분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지도부의 의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에게 “당이 단합될 수 있다면 같이 활동도 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희망을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는 하나만 같아도 단결하고, 진보는 하나만 달라도 분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다른 것을 더 크게 벌리기보다는, 같은 것을 찾아내 단결하고 화합하는 역할을 우리 스스로부터 해야겠다”고 역설했다.
뒤이어 주 최고위원도 “이를 계기로 심기일전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당이 될 수 있도록 화합하고 통합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친노계의 전위대를 도맡아온 정 최고위원은 ‘막말’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여 온 적이 적지 않은데 스스로 쌓아온 이 같은 전력이 결국 그의 ‘막말’ 이미지를 대중에 굳혔을 뿐 아니라 중요한 시점에서 늘 자신의 발목을 잡아왔다.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를 지원했던 그는 경쟁후보인 손학규 당시 대표에 “한나라당에서 온갖 단물을 쏙 빼먹고 따뜻한 아랫목을 찾아 들었다. 아무리 세탁을 해도 그는 한나라당의 땟물을 빼기 어렵다”고 폭언한 데 이어 2008년 4월 초엔 통합민주당 후보로 18대 총선에 나서 지역구 내 초등학교 행사장에 입장하려다 해당 학교 교감에 심한 말을 해 낙선의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그가 거친 발언을 자제하지 않는 것은 일찍이 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 활동을 했던 강경 학생운동권 출신인데다 89년 미 대사관 점거로 옥고를 치르고 나선 근근이 생계를 잇던 중 ‘국민의 힘’이란 시민단체를 창설해 활동하며 친노의 눈에 들어 정계에 진출하게 돼 친노를 옹위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의 ‘막말’은 결국 막 불붙던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어 지난 5월 22일엔 자신의 지역구 내 시‧구의원과 당원들에게도 “정 의원은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이다. 중징계하라”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초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을 지냈던 김성동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20대 총선 후보로 정 최고위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면서 정 최고위원의 3선에 제동이 걸릴지 일찌감치 내년 총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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