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 ‘갑론을박’
‘공룡’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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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제고” vs “안정성 우선”
▲ 글로벌 톱3 연기금 반열에 오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 독립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운용 기금 규모가 500조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톱3 연기금 반열에 오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 독립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강화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는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이 막대한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면서도 정치적 독립을 이루지 못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2043년까지 30여년 간 운용 규모가 최대 2561조원까지 빠른 속도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돼,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지금보다 현저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해외 연기금에 비해 높지 않고 거대 자산에 걸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독립시켜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반면 지나친 수익성 추구 일변도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독립 요구 목소리 잇따라
국민연금의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독립성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설계된 제도가 40조원에 불과했던 도입 당시 규모에 맞춰져 있어 문제가 많고, 정치·정책적 유인으로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해외의 10%대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은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5.25%의 수익률은 일본 공적연금의 12.3%나 캐나다연금 16.5% 등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치다. 제도가 도입된 1998년 이후 세계 연평균 수익률 6.2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낮은 수익률은 기금 운용의 의사결정을 금융과 무관한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위원회는 정부 위원, 노동계와 사용자, 지역가입자,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20여명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회의도 대여섯 차례 열릴 뿐이다. 금융 전문가는 2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가 공단 내 부서로 속해있다 보니 급여 수준을 맞춰주기도 쉽지 않고 인사나 예산 편성에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우수 인력의 유치도 녹록치 않다. 해외 주요 연금들은 제도 운영과 기금 운용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 공사화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고수익 투자논리로 접근해 수익성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해외투자·전문가 늘려 수익성 높이자”
또한 국내 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해외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고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회비용론도 대두된 상태다. 국민연금의 자산 비중은 해외 채권이 9.23%, 해외 주식이 8.94%에 불과하다.
 
삼성물산 합병 논쟁 당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민연금은 이미 많은 기업들의 주요 주주에 올라 있는 상태고 현재의 국내 자산 비율을 유지할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크게 동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에 논의되고 있는 방식은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에서 독립시킨 별도의 조직으로 만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겸하는 기금운용위원장을 민간 전문가로 대체하는 동시에 금융전문가들을 영입해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추구토록 하는 개편안이다.
 
개편안을 내놨던 보건사회연구원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금융전문가들을 영입해 해외 실물자산 투자 등의 분야에서 수수료가 비싼 외부위탁비중을 줄이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1%만 더 올라간다면 가입자 1인에게 들어오는 돈은 5천만원 가량 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국민연금기금이 ‘전문가집단’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보다 안정성”…관치 도구 전락 우려도
하지만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하는 것이 곧장 수익률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공단 최광 이사장은 “기금 운용조직을 바꿔 수익률을 높인다는 얘기는 국민연금을 한낱 여의도 자산운용사로밖에 보지 않는 것”이라며 연금운용 방식의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여러 대안을 놓고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사화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고수익 투자논리로 접근해 수익성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국민연금은 0.2%의 손실을 보는 데 그쳐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의 18.6%,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23%, 네덜란드 공적연금의 20.2% 손실에 비해 크게 선방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민연금은 4.4%의 운용수익률을 기록, 해외 10대 연기금 중 캐나다 연기금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곧 노후 자금의 마지막 보루라는 특성상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특히 가입자가 2140만명에 달하고 있고 기금이 2044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로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투자공사는 운용위원들이 모두 금융전문가로 구성돼 있지만 2007~2013년 누적 수익률은 4.02%에 불과해 국민연금의 6.33%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전문가 구성은 필연적으로 단기 성과와 고수익 추구를 불러오기 마련이라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결국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라는 얘기다.
 
정치적 독립을 꾀하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 역설적으로 정치적 귀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완전히 시장 논리로 넘기면 기금운용본부가 이곳 저곳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 자명한데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금운용본부가 온갖 기업들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동원될 경우 이는 사회주의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독립을 꾀하다 관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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