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물량 일방적으로 축소…감사실 적발 후 퇴출

대우조선해양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11월 경 이 회사에 F.B(Flat Bar) 트레이와 삼각패드, 핸드그립 등을 납품하는 일부 협력사들의 거래량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 대우조선 구매부에서 협력사들에게 납품물량을 일부 반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거래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협력사들은 대우조선의 이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 협력사의 경우 대우조선 측에 꾸준히 납품하던 물량이 현재는 발주량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렇게 반납 받은 납품물량은 당시 설립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한 회사(BJ·비제이)로 흘러갔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제이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이 회사는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 지난해 10월6일 설립됐다. 대표이사인 유모씨(50), 사내이사 김모씨(48) 등 총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조선기자재, 선박구성부분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 회사는 설립 직후 대우조선해양의 1차 협렵업체로 등록됐는데, 이렇다 할 납품실적도 없이 등록된 것은 물론, 대우조선 측과 거래를 이어왔다. 이후 KCT라는 회사를 자회사로 만들어 2차 협력업체들의 납품물량마저 가져갔다는 전언이다.
◆미망인 돕기 위한 배려?
문제는 기존의 협력업체들이 수년, 수십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거래를 유지해온 것과는 달리, 비제이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거래를 하게 됐다는 점이다.
내부관계자 및 협력사들에 따르면 대우조선 구매부에서는 지난해 이 회사 구매부 부장(처리장 파트) A씨가 병으로 사망하자, ‘미망인인 B씨를 도와야한다’며 1차 협력업체들에게 ‘거래 물량을 조금씩 반납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회사 측의 이같은 배려(?)에 일부 협력업체들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망한 전 직원의 가족을 도우려면 합당한 보상을 해주면 될 일인데 엉뚱하게 기존 협력사를 내치는 것은 엄연한 부조리라는 것이다.
특히 납기지연이나 불량률 등에서 문제가 없음에도 설립 한 달 안팎의 회사에 납품물량을 뺏긴 것은 직원들의 의욕상실마저 불러 일으켰다.
동종업계의 한 관계자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 다년간의 기술력 등으로 무장한 회사는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원청에서 다른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갑자기 일방적으로 납품물량을 줄여달라는 요청을 한다면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망인을 돕는다는 이유는 표면상의 핑계일 뿐,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내부고발 등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내부감사 후 BJ 협력업체서 제외
이같은 논란이 일자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은 내부감사를 벌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비제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감사실에서 ‘비제이와의 거래는 이미 계약돼 있는 물량들을 연말까지만 납품 받고 거래를 중지할 것이며 이후 협력사 등록을 해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측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감사실로부터 어떤 제재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감사실에서 주도한 인물이나 자세한 이유 등은 개인적인 일이어서 오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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