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중동시장 참여 긍정적…‘그룹 측 지원 축소’ 시선도

포스코는 지난달 30일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최종 매각했다.
PIF가 매입하는 포스코건설 지분은 총 1588만6544주로, 이 가운데 508만3694주는 포스코건설이 신주를 발행해 매각했다. 나머지인 1080만2850주는 모기업인 포스코가 보유하던 지분이다. 매각대금은 총 1조2391억원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기준 포스코건설 주식 89.53%를 보유했던 포스코의 지분율은 52.8%로 줄어들었고, PIF는 포스코건설 2대주주에 올랐다.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작업은 권오준 회장 취임 후 재무구조 개선으로 ‘내실강화’에 나선 포스코와 포스트 오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요구가 맞아떨어진데 대한 결과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재편 등 긍정적 효과 기대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포스코건설의 지배구조 재편 효과다. PIF가 선임한 2명의 이사가 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국제 표준에 걸맞는 경영 투명성 및 운영 효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에도 ‘청신호’가 됐다. 지난 6월 포스코가 PIF와 계약을 체결하자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 부정적(Negative)’에서 ‘BBB+,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거래가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지난해 초부터 실시해온 그룹 차원의 고강도 체질개선이 이번 ‘실탄확보’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중동시장으로 사업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반가울 수밖에 없다.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PIF 지원에 힘입어 사우디 건설·인프라 구축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과 PIF는 사우디 현지에 건설 합작법인인 ‘POSCO E&C SAUDI ARABIA’를 연내 설립할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합작법인 설립이 마무리되면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호텔과 신도시, 철도 인프라 등 주요 건설사업에 보다 손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합작법인에 대한 출자 비율은 포스코건설 40%, PIF 60%다.
PIF와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중동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사우디는 포스코건설의 선진 건설기술 이전을 통해 자국 내 건설 역량을 확보하는 등 상호 윈윈의 협력 관계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포스코건설 측의 설명이다.
◆모기업 포스코 지원 축소?
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지분매각이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포스코건설이 3965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은 포스코건설 재무구조 개선에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지분매각이 철강을 제외한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그간 대규모 그룹 공사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포스코건설 입장에선 모기업인 포스코의 지원이 축소되면 일감 확보에 고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적 하락은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포스코건설은 2013년 포스코와 2조2902억원 규모의 공사를 계약했지만 지난해 계약물량은 826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모기업인 포스코가 신규 사업 추진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포스코건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포스코의 지원 축소가 포스코건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부실시공 이미지 개선은 숙제
포스코건설의 부실시공에 대한 평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숙제다. 올 상반기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들 모두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서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받은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가장 많은 벌점을 받아 1위의 불명예를 얻으면서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올 상반기에만 평균벌점 0.81을 받았고, 지난 2013년도 하반기와 지난해 상·하반기를 합쳐 누계된 벌점만 0.82에 달했다.
그간 포스코건설은 부실시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16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11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조사 결과 하중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용접불량 상태가 확인되자 이 시설을 시공한 포스코건설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부실시공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행복도시건설청이 2012년 이후 발주한 행정도시~대전유성도로확장 공사에서 포스코건설의 부실시공 흔적이 발견돼 물의를 빚었다. 포스코건설은 이 도로공사 현장에서 3년 연속 부실 시공한 사실이 드러나 하자보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 동구간 사면유실구간 보수, 2013년 포장면 평탄성 불량 보수, 2014년 도로시설물 파손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더샵 아파트 벽체 내부에 쓰다 남은 건축폐자재를 버리고 공사를 마무리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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