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현 사장 연임 여부 관심

조대현 현 사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지만, KBS 양대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와 한국방송 노동조합은 조 사장 취임 후 KBS가 공정성과 독립성면에서 개선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조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10여명은 지난 5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 국감장 앞에서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하며, 조 사장에 대한 반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29점’ 설욕할 수 있나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는 사장 공모 절차가 시작되는 날짜에 맞춰 지난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모바일과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조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8월에 실시됐던 취임 1년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9점을 받았던 만큼 이번 투표에서 설욕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는 지난 1일 노보를 통해 “사장 연임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조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한다”며 “이번 신임투표 결과에 따라 조 사장은 진퇴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어 “조 사장은 지난해 7월 28일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경영과 보도, 프로그램, 노사관계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임기만료를 두 달여 남겨둔 조 사장의 경영 성적표는 초라하다”며 “대개편 실패, 수신료 인상 실패, 뉴스 신뢰도 추락,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풀어낸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임을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며 KBS의 보도와 방송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며 “특종을 한 기자들은 보도본부에서 좇아내고 이사장의 심기를 살피는가 하면 <훈장>아이템은 차일피일 방송을 미루고 있다”고 언급했다.
◆ 공정성이 핵심, <훈장> 미반영 논란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과 기업으로부터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양대 노조는 조 사장이 공정성 부문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이승만‧박정희 정부의 친일인사 훈장 수여 내용을 담은 2부작 방송 <훈장> 방영이 연기되는 일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은 “KBS 탐사보도팀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수여된 훈장 포상 내역에 대해 2013년부터 취재를 시작했고, 정부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명단을 비공개하자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진행해 마침내 70여만건의 내역을 올해 4월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6월과 7월 2부에 걸쳐 KBS ‘시사기획 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5월말 메르스 사태로 7월말로 연기됐다가, 아직까지 방송날짜가 잡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에 따르면 <훈장>을 취재하던 탐사보도팀장이 지난 9월 7일 네트워크부로 발령났고, 10일에는 취재 기자 2명이 라디오뉴스제작부와 디지털뉴스부로 발령 났다.
이 의원은 “팀장과 기자 1명이 ‘프로그램 제작완료 때까지 부서를 옮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인사발령 조치가 났다”고 지적하며 인사과정에서 윗선에서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 일감몰아주기 개선한다더니 단가후려치기?
한편, KBS가 KBS아트비전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개선하는 대신 영상장비의 외주 용역 단가를 절반 수준으로 깎아 책정하는 꼼수를 일삼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내우외환인 셈이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해서 48%의 수수료를 챙겨가던 방법이 막히게 되자 외부용역단가를 43%나 깎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국감장에서 공개한 ‘KBS의 연도별 영상장비 단가표’를 보면 KBS측의 올해 주요 영상장비 외주 용역 단가가 지난해와 비교해 43%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KBS아트비전에 일감을 몰아주며 48%의 수수료를 가져가던 것을 할 수 없게 되자 단가후려치기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 의원에 따르면 KBS가 계열사 KBS아트비전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부터 문제로 지적되어 온 부분이다. 결국 KBS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트비전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아트비전과 프라임 미디어 간 위탁운영 계약으로 해지함으로써 아트비전이 다른 외주업체와 동등한 입장에서 영상장치 업무를 수행하게 돼 해소되었다”고 시정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KBS는 일감몰아주기는 개선하면서 동시에 외주 용역 단가를 대폭 축소시켰다.
모니터의 경우 35인치 이상이 가장 단가 축소율이 컸다. 2014년 6만8000원이었지만, 올해에는 4만7000원으로 책정됐다. 프로젝터 12000ANSI이상의 경우 2014년 93만5000원이었지만 올해 40만원으로 60%가까이 인하됐다. HOLO PRO 스크린은 지난해 17만 1000원이었지만 올해에는 50.3% 떨어진 8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LED 전광판은 20mm초과 기준 지난해 6000원이었지만 올해 5000원으로 깎였다.
전 의원은 “실제 스크린 렌탈업체에 300인치 스크린에 대한 대여 견적을 내보면 약 3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KBS는 장비 용역 단가를 9만5000원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 수준을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 의원은 “2012년부터 지적되어온 자회사 일감몰아주기와 규정위반 하도급행위를 올해가 돼서야 개선하면서 그에 대한 보복행위로 협력사 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것은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고로, 올해에는 메르스로 고통받고 있는 중소협력업체들에 치명적인 요소일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 EBS와 비교해도 문제 확연
실제 KBS의 외부업체에 대한 단가후려치기 문제는 같은 공영방송기업인 EBS와 비교하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특히 스크린 부문의 경우 KBS과 EBS는 150인치 이하 스크린에 2014년 각각 11만 9000원, 11만 8181원으로 비슷한 수준에서 단가를 책정했지만 올해 들어 KBS는 지난해 보다 50%를 인하한 6만원으로 대폭 줄여 책정한 반면 EBS는 동결했다. 모니터의 경우도 50인치 이상 모니터를 KBS는 18만원→12만 5000원으로 후려쳤지만, EBS는 22만7727원이었던 작년 단가를 올해에도 동결했다.
전 의원은 “같은 공영방송인데다 같은 경영상황에서 KBS만 단가를 후려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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