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회장, 지분 증여 ‘착착’…부족한 지분은 과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동연 회장은 최근 보유주식 중 100만주를 부광약품 김상훈 대표이사(40만 주)와 장녀 김은주 부광씨앤씨 이사(30만 주), 차녀 김은미 씨(30만 주)에게 골고루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광약품은 아락실·파로돈탁스 등으로 널리 알려진 제약사다.
이번 증여로 김동연 회장의 지분율은 17.59%(599만주)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김상훈 대표의 지분율은 4.11%로 늘었고 김은주 이사의 지분율은 1.65%, 김은미 씨의 지분율은 1.82%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동연 회장이 2세 경영 체계를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해 오던 부광약품은 김상훈 대표가 지난 2013년 대표직에 오르면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이어 현재 77세인 김동연 회장이 자녀들에게 지분을 물려줌으로써 승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작고한 공동창업주 고 김성률 명예회장 일가가 현재 김동연 회장 일가와 큰 차이가 없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상훈 대표 선전에 오너 경영 체제 확립?
김상훈 대표는 2004년 부광약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오다 지난 2013년 3월 대표이사로 승진하고 경리 파트 등 전반적인 운영을 맡았다. 이 같은 인사는 지난 1960년 부광상사를 거쳐 1973년 부광약품으로 본격적으로 출발한 이후 쭉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던 부광약품이 처음으로 오너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는 의미로 큰 주목을 끌었다.
김상훈 대표는 취임 직후 실적이 신통치 않아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내실 위주의 경영을 전개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7% 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어느 정도 경영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훈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2013년 부광약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08억원과 230억원으로 기록됐다.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지만 11%나 매출이 감소했다. 이를 두고 최초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된 여파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2년차를 맞은 지난해 부광약품의 매출은 1416억원으로 전년도 감소분을 만회했고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크게 늘어 재무건전성이 강화됐다.
또한 김상훈 대표가 입지를 굳혀가면서 부광약품은 이례적으로 자회사가 없던 단일 회사 체제를 깨고 잇따라 자회사를 설립, 덩치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부광약품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부광메디카에 127억원 규모의 부광약품 제1공장을 현물출자했고 앞서 지난해 5월 부광C&C 설립, 같은해 11월 덴마크 바이오벤처기업 콘테라 파마 인수 등의 행보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도 자회사 덩치를 키워 성장을 이끌어내 오너 지배력을 확대키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회사들을 향후 상장시켜 기업구조 개편에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부광약품은 자회사 설립과 지원은 사업다각화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최근 들어 하락하고 있는 부광약품 주가 역시 김동연 회장의 2세 승계 계획에 청신호를 밝혀주고 있다. 올해 꾸준히 상승하던 부광약품은 지난 7월 장중 4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급락, 6일 전날보다 0.21%(50원) 하락한 2만3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하락은 증여세 부담 감소 등 승계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

이처럼 2세 승계에 우호적인 지표들이 김동연 회장 일가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지만 잠재된 불씨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동연 회장 일가의 총 지분이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고 김성률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이 18%에 가깝다는 점은 향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마저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06년 작고한 고 김성률 명예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은 11.97%를 보유하고 있고 김성률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기환 씨 역시 5.60%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합하면 총 17.57%로 김동연 회장 일가의 지분과의 차이가 4%도 채 되지 않는다. 김동연 회장과 특수관계인들 지분을 감안하더라도 8% 가량의 차이에 불과하다. 올해 공동대표로 선임된 전문경영인 유희원 사장의 0.02% 등을 포함한 김동연 회장 측 지분은 총 26.17%다.
현재 고 김성률 명예회장 자녀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김성률 명예회장 측이 지분을 늘리기 시작할 경우 승계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김상훈 대표 측에 호재이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그간 부광약품은 지난 1973년 본격적으로 김동연 회장이 정창수 회장과 부광약품 지분 50%씩을 인수한 후 대주주 두 명이 회사를 직접 경영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부광약품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역할분담이 확고했다.
하지만 고 김성률 회장이 작고한 이후 김상훈 대표가 경영 일선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구도에 균열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고 김성률 회장이 작고한 후 자녀들은 경영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시간이 꽤 지났고 김동연 회장 일가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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