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소재 매각·사옥이전…핵심사업 주력

삼성정밀화학 임직원들은 이달 말부터 서울 삼성역 글라스타워로 출근하게 됐다. 기존 수원 소재연구단지에서 근무하던 기획, 인사, 영업 등 인력들을 새 둥지인 서울사무소로 불러들인다.
삼성정밀화학이 해당 연구단지 내 보유한 건물 등의 자산을 삼성전자에 매각(953억원)한데 따른 후속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친환경 그린 소재 사업과 셀룰로스 유도체, ECH(에폭시 수지원료) 등 고부가 정밀화학 사업을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사옥 이전에 매각설 또 무게 실려
업계는 이번 사옥 이전을 두고 최근 제기되던 매각설에 힘이 실린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 재배치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서 삼성정밀화학 홀로 사옥 이전을 택한 것은 삼성그룹의 계획과는 방향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서초동 삼성타운과 태평로 옛 삼성본사, 판교 삼성엔지니어링 R&D센터 등으로 이전하는 계획과 삼성정밀화학의 글라스타워 이전은 상반된 행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서울사무소 이전이 삼성정밀화학 단독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설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린다.
◆미래성장동력 사업 내줘 업계 관심 집중
앞서 삼성정밀화학이 전지 분야를 삼성SDI에 떼준 후 업계에서 매각설이 고개를 들었던 바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최근 2차 전지 소재 관련 인력을 삼성SDI에 이관하고 2차 전지 소재 관련 설비와 양극활물질(NCM) 생산을 위해 설립한 합작사 STM 지분 58% 등을 총 187억원에 매각했다.
이와 함께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BP화학의 지분 29.2%를 819억원에 사들였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번 양수로 삼성BP화학 지분율을 19.8%에서 49%로 확대했다.
이를 두고 매각설이 나온 까닭은 해당 사업구조 개편으로 인해 삼성정밀화학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10% 미만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염소·셀룰로스, 전자재료, 암모니아 등 세 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의 전자재료 부문 매출 비중은 2013년 6.6%에서 지난해 11%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2분기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50.6%,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14.4% 증가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사업상의 연결 고리가 약화되면서 매각이 손쉬워졌다는 점에서 매각설은 힘을 얻게 됐다. 또 전지소재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상황에서 계열사에 넘긴다는 점도 매각설을 부추긴다. 삼성정밀화학은 2차전지 소재·생분해성 수지(친환경 플라스틱)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지소재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심사업 주력…실적 상승세 이끌까
매각설과는 별개로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화학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경쟁력이 낮은 사업들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주력하게 되면서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2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다섯 분기 만에 적자에서 탈출해 6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 1분기에는 울산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다시 적자 전환했다.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삼성정밀화학을 고부가 화학제품을 키우는 화학 전문 회사로 키울 방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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