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崔·張 3세 체제 순항…동거 향방은?
영풍그룹, 崔·張 3세 체제 순항…동거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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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업주 가문 후계 구도 윤곽…계열분리 가능성은 ‘아직’
▲ 영풍그룹에서 최근 3세들의 경영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공동 경영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60여년 동안 동업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영풍그룹에서 최근 3세들의 경영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공동 경영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문고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의 장 씨 일가와 최 씨 일가가 공동으로 경영을 해 오고 있다. 장 씨 일가는 전자 계열을 맡고 있고 최 씨 일가는 비철금속 계열을 맡고 있다.
 
두 창업주는 지난 1949년 11월 공동으로 주식회사 영풍을 설립했다. 이후 60여년 간 두 집안은 분야를 나눠 동업 경영을 이어 왔다.
 
최근 영풍그룹 내 전자 계열의 '장 씨 일가'와 비철금속 계열을 맡고 있는 '최 씨 일가' 모두 직계가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이전 등 정지작업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두 가문의 '동업 경영' 체제가 분할돼 각각의 독립그룹으로 제 길을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영풍그룹은 그간 경영승계 과정까지 별도로 진행하면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지배구조 역시 지주사인 영풍에서 출발해 영풍문고와 영풍개발에서 다시 영풍으로 돌아오는 한 축과 영풍에서 출발해 고려아연을 거쳐 서린상사를 통해 다시 영풍으로 돌아오는 한 축 등의 순환출자 구조로 구성된다.
 
이중 고 장병희 창업주 가문은 지주사인 영풍과 전자 계열 부문을 맡고 있고 고 최기호 창업주 가문은 비철금속 계열을 운영하고 있다.
 
◆장형진 회장 후계자로 장세준·장세환 거론
최근 양 가문은 3세 경영 체제로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과정 또한 예전처럼 각자 준비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는 고 장병희 창업주 가문의 차남 장형진 회장이 그룹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장형진 회장은 1980년대 후반 고 장병희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물러나면서 경영을 맡기 시작했다. 장남인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은 영풍산업과 영풍광업 등의 계열사 사장에 올랐지만 1998년 인천주택조합 사기사건으로 구속됐다. 장철진 전 사장은 2005년 영풍산업 부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에 장형진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는 장형진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 장세준 영풍전자 대표와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가 꼽힌다. 두 아들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철진 전 회장 측은 서린상사 지분 일부 등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데 그치고 있다.
 
이 중 장남인 장세준 대표는 영풍 지분 16.89%(31만1139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장세준 대표는 고려대와 남가주대 생화학 석사, 페퍼다인대 MBA과정을 거친 후 2009년 반도체 패키징 계열사인 시그네틱스에 전무로 입사했다가 2010년부터 영풍전자에서 원재료 구매를 총괄했고, 2013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세환 대표는 11.15%로 2대 주주다. 또한 두 형제는 순환출자 고리 내의 주요 계열사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딸인 장세환 씨는 결혼 후 미국에서 거주 중이다.
 
◆최기호 창업주 가문에서는 최윤범 부사장 두각
 
▲ 영풍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영풍에서 출발해 영풍문고와 영풍개발에서 다시 영풍으로 돌아오는 한 축과 영풍에서 출발해 고려아연을 거쳐 서린상사를 통해 다시 영풍으로 돌아오는 한 축 등의 순환출자 구조로 구성된다. ⓒ영풍문고 홈페이지
고 최기호 창업주 가문에서는 최창걸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이 형을 제치고 후계자로 거론된다. 최윤범 부사장은 고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다.
 
장남은 최우현 씨지만 최윤범 부사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최윤범 부사장은 미국 콜롬비아대학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7년 5월 고려아연에 입사한 후 기획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12년 부사장에 올랐다.
 
특히 친형인 최우현 씨가 2009년 영풍정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낙마한 이후 최윤범 부사장의 입지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최우현 씨는 당시 영풍정밀 지분 24%를 확보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최대주주 등극에 실패했다. 최우현 씨는 현재 경영 복귀에 뜻이 없고 전업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만 들리고 있다.
 
지난해 최윤범 부사장은 고려아연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원료·자재·기술 등 고려아연의 핵심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최연범 부사장은 비철금속 계열사의 핵심 기업인 고려아연 지분 1.81%를 비롯, 서린정보기술 6.67%, 알란텀 0.15%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매입했다.
 
최근에는 지주사인 영풍의 지분 2.2%를 사들이면서 주식 매입을 이어갔다. 최윤범 부사장의 주식 가치는 1년새 1100억여원에서 2300억여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계열분리 가능성 대두…“현실성 떨어져” 지적도
한편 3세 경영인들이 이처럼 경영 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영풍그룹이 LG그룹처럼 계열 분리를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구 씨 일가와 허 씨 일가가 오랜 기간 동업 체제를 이어오던 LG그룹은 창업 57년 만인 지난 2005년 전자·화학·통신의 LG그룹과 유통·에너지·서비스 등의 GS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단행했다.
 
이에 최윤범 부사장이 고려아연 등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3세들이 경영 전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LG그룹의 뒤를 잇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영풍과 고려아연은 서로 연관성이 떨어지고 독자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양 가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나설 경우 계열 분리에 대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영풍그룹 측은 공동 경영 체제가 오랜 기간 잡음 없이 잘 유지돼 온 만큼 계열 분리를 단행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업계에서도 지배구조 상 지분 보유 현황과 관계 없이 그룹 전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실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분위기라 아직까지는 계열 분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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