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임금·노동시간·복지 협의할 사회적 대타협기구 제안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의 노동시장개혁방안은 한 마디로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법안이다. 지난해 전경련 규제완화 핵심요구사항을 100% 수용한 법안으로, 양심과 정의가 실종된 나쁜 정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에서 노동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 헌법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현행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아니면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은 대로 성실히 일하는 한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이제부터는 사용자가 정한 기준에 못 미치면 저성과자라는 낙인을 찍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헬 직장’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새누리당의 기간제 연장 법안에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 할래, 아니면 그만 둘래’라는 질문만 있고, 정규직 전환이라는 선택지는 없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파견제를 뿌리산업까지 확대하면 정규직이 뿌리째 뽑혀 파견 노동자들로 넘쳐날 텐데 이것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선진화인가”라며 “청년고용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노동시간 단축인데, 연장근로를 늘려 주 60시간 하겠다는 정부여당은 청년고용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또 심 대표는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실질적인 정년연장 실현방안을 내놓는 대신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 되어 임금삭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행정지침, 새누리당의 노동 5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개혁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며, 속도전과 사회적 합의는 양립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비정규직·청년 등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고용·임금·노동시간·복지를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국회에 설치할 것을 정부여당에 제안했다.
한편 그는 내년 총선 룰과 관련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는데 “현행 제도 아래서 유권자 절반의 선택이 버려지고 있고, 거대 정당은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작은 정당은 득표율보다 더 적은 의석을 가져간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주먹이 지배하는 조폭세계의 논리와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비례의석 축소를 운운하는 것은 투표가치의 평등을 희생시켜 부당한 특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비례대표를 더 확대하고 배분방식을 연동형으로 개혁하자”고 제안했다.
이외에 그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남북한 경제협력강화협정, 사실상 남북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제안한다”며 “이는 남북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고, 점진적인 경제통합으로 남북간의 신뢰회복과 상호의존도를 높여 나갈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심 대표는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사실상의 FTA를 체결해 정치·군사적 적대관계를 완화하고 공동의 경제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주당 30편에 불과했던 정기항공노선은 800여편으로 늘어났고, 왕래인원은 년간 800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사례를 들어 당위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근래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선 “역사왜곡 저지·민생 살리기 ‘야권 정치지도자 회의’를 제안한다”며 “국민들은 얼마나 야당을 얕잡아 보았으면 집권세력이 저렇게 무도하게 나올까, 진보정당은 왜 저렇게 약한가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심 대표는 정의당이 창당 3주년을 맞이한 것과 관련해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 나라가 지옥 같아 못살겠다는 말이고,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국민들이 내뱉는 깊은 탄식과 비명”이라며 “정의당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위해 단호히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위 1%는 모두 갖고, 나머지 99%는 빈곤과 비참을 강요받는 승자독식 사회가 민주화 이후 30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여당은 충성경쟁으로, 야당은 계파갈등으로 민생정치는 간데없이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진보세력을 통합해 명실상부한 민생 대표정당으로 발돋움하고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오직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진보정치가 실패한 원인을 제거하는데 부단히 힘써왔다.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달라. 그것이 한국 정치를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호소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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