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자정 앨범 공개, 오후 쇼케이스 진행

10월 23일 자정, 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유의 새 앨범이 공개됐다. 그리고 팬들은 아이유의 앨범을 음원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다.
현재 누가 앨범 전곡이 모든 차트를 올킬 할 수 있을까. 아이유의 앨범을 기대해 온 팬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첫 번째 수록곡 ‘새 신발’은 그런 팬들을 향한 아이유의 인사가 담겨있다. 첫 가사가 ‘안녕 오래 기다렸니 지루했지 I RUN AND I RUN’이다.
그리고 새 앨범을 새 신발로 비유해 아이유의 새 앨범에 대한 설렘과 팬들과 만날 기대감을 표현했다. 사실 정말 숨겨진 뜻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팬들에게는 그렇게 해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가사 중반 이후 심장은 리듬이 되고, 여기선 좀 빨리 알레그로, 신경 써서 아첸토, 코러스부터 다시 한 번 설레 등의 가사는 이런 해석이 완전히 틀리진 않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노래 제제는 스물세 살이 된 아이유의 사랑노래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차용해 순수하지만, 강렬한, 그리고 솔직한 사랑을 비유로 표현했다. 아주 영리하지 않을 수 없다.
세 번째 수록곡이자, 이 노래의 중심 주제와 가까운, 타이틀곡 ‘스물셋’은 굉장히 미스터리한 노래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함이 이 노래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타이틀곡에 대해 수많은 호평이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가 ‘난해하다’과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라는 약간의 실망 섞인 이야기였다.
그렇다. 이 노래는 수수께끼 같은 노래다. 그리고 그것을 의도했고, 그랬기 때문에 뛰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아티스트로서, 스물셋의 이지은으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스물셋’에는 ‘맞혀봐’ 라는 가사가 무려 다섯 번이나 반복된다. 3분 14초의 노래 중에서 한 단어가 다섯 번이나 나온다는 것은 그 단어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물셋’의 첫 가사는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 Question 뭐게요 맞혀봐요‘다. 아이유는 이 노래의 중심 질문을 첫 가사에서 던지고 있다. 스물셋의 나는 수수께끼고, 그 수수께끼를 맞혀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이후 가사는 수수께끼 같은 아이유의 심정이 적나라하게, 그리고 대조되게 계속 드러난다.
지금이 좋기도 하고, 전부 때려 치고 싶기도 하고, 사랑이 하고 싶지만, 돈도 벌고 싶기도 하고, 아이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물기 있는 여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아니 그냥 그 모든 것이 싫고, 혼자 죽은 듯이 살고 싶기도 하다.
아이유의 생각은 스물세 살 평범한 모든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과 맞닿아있다. 스물셋이라면 남자들에게는 군인을 갓 벗어났거나, 아직 군대에 있을 시기고, 여자들에게는 대학을 갔다면 졸업이 가까운 시기, 취업을 했다면 사회생활의 맛을 본 시기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고민들이고, 그 사람들에게 사실 정답은 없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자신이다. 아이유는 그들의 고민과 자신의 고민을 일치시켰다.
그리고 아이유는 말한다. 여우인 척 곰인 척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이지은과 아이유의 경계선에서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디어에 비치는 아이유도 이지은이고, 정말 살고 있는 이지은은 이지은이다. 다만, 사람들은 이지은을 잘 모를 뿐이다. 그리고 아이유는 노래를 통해 맞혀보라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관계를 하는 모든 스물세 살의 동일한 고민이다. 또,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이라고 자조하게 되는 것 역시도 모두 마찬가지다. 굉장히 잘 쓴 가사고, 그 가사에 맞는 노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아이유의 이전 앨범 ‘스무 살의 봄’에서 아이유가 보여주었던 정서와는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아이유가 작사, 작곡 했던 ‘복숭아’는 정말 오롯이 누군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을 담았다. 삼년이 지난 아이유는 여러 일을 겪고, 그 모든 것에 약간은 퀘스천 마크를 달아보게 됐다. 그만큼 자랐다는 뜻이겠지.
네 번째 수록곡 ‘푸르던’은 아이유 특유의 서정적인 느낌이 잘 표현된 곡이다. 팬들에게는 어쩌면 ‘스물셋’보다 ‘푸르던’이 익숙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유가 작사 작곡하면서 가장 아이유 스러운 노래가 탄생했다.
특히 ‘너는 조용히 내려 나의 가물은 곳에 고이고’라는 후렴 가사는 굉장히 시적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 곡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영리하고, 뛰어난 아이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팬들에게는 선물처럼 다가왔다.
다섯 번째 곡, ‘레드 퀸’은 그 여자를 누구로 상정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곡이 된다.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며 그 여자를 자신으로 상정했으면 하는 마음은 몇 퍼센트가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재미있는 노래다. 슬픈 노래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든 백퍼센트 악한 사람은 없다.
여섯 번째 곡 ‘무릎’은 이미 공개된 노래다. 서정적이고, 아이유 특유의 슬픈 감성이 녹아들어 있다. 이 역시도 팬들이 기다렸던 노래로, 앨범에 실리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유가 느끼는 감성은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라는 가사로 함께 느껴볼 수 있다.
마지막 곡 ‘안경’은 ‘스물셋’의 연장선에 있다. ‘스물셋’의 마지막 가사는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이다. 그리고 ‘안경’의 주요 가사는 ‘그렇다 해도 안경을 쓰지는 않으려고요’다.
아이유의 솔직한 심정이 들어있는 가사다. 사실 이것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다. 누군가의 흠을 찾아서 그걸 드러내 ‘악플’까지 쓰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아이유는 그 상식적인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노래했다.
이번 아이유의 앨범은 굉장히 완성도 있게 공개됐다. 그리고 모든 가사를 아이유가 쓰면서 팬들과의 음악적인 소통에 중점을 맞췄다고 볼 수도 있겠다. 팬에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앨범이고, 그 만족감은 음원차트 줄 세우기로 나타났다.
한편, 아이유는 23일 오후 미니앨범 ‘챗셔’의 라이브 토크쇼 ‘한 떨기 스물셋’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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