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맨’ 김병원 대표가 말하는 ‘넘쳐나는 쌀’ 해결 방안
‘농협맨’ 김병원 대표가 말하는 ‘넘쳐나는 쌀’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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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 관리로 시장 안정화 노력”…쌀 소비 촉진 중요성도 거듭 강조
▲ 식습관의 서구화로 쌀 소비가 주는데도 쌀 생산량이 계속 늘면서 농부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쌀 재고 해소 방안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농업의 길을 한 평생 걸어온 농협양곡 대표가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넘쳐나는 쌀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올해도 쌀 농사가 풍년이다. 풍년가라는 노래가 불려졌을 정도로 얼핏 들으면 좋은 소식 같지만 식습관의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드는데도 쌀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농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쌀이 남아돌면서 정부는 해마다 늘어나는 쌀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고가 늘어날수록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쌀 가격도 하락하기 마련이라 농업인들의 수익도 줄어든다.
 
농업인들의 수익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쌀 농사가 흔들리기 마련이고, 쌀 농사가 흔들리면 식량 주권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풍년을 흉년보다 야속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 쌀 시장의 현실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의 424만톤에 비해 늘어난 최대 431만톤 가량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태풍과 병충해 피해가 없고 기상 요건이 좋아 이처럼 풍년인 해다.
 
농협양곡은 이처럼 위태로운 쌀 농업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농협중앙회 양곡 판매·유통 부문의 물적분할로 올해 3월 출범한 신설법인이다. ‘양곡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상생네트워크 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농협양곡은 쌀 시장의 지나친 경쟁을 완화해 쌀 가격을 지탱하는 한편 쌀을 활용한 신상품을 개발하고 쌀 가공사업을 촉진해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유통 활로 개척도 주요 전략이다.
 
◆김병원 대표 “RPC 인수·전환으로 경쟁 완화”
9일 농협양곡의 김병원 대표는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농협양곡이 현재 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설명했다. 한 평생 농업의 길을 걸어 온 김병원 대표는 농협에서 37년을 보낸 농협맨이기도 하다.
 
김병원 대표는 남평농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사를 거쳤고 농림식품부 양곡정책심의회 위원을 지냈다.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농산물 유통 전문 경영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남평조합장 시절 시도했던 산지-소비자 직거래 장터는 오늘날 전국에 퍼져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의 효시가 되기도 했다.
 
김병원 대표가 설명하는 농협양곡의 쌀 시장 안정화 방안은 우선 쌀 시장의 지나친 경쟁 완화가 꼽힌다. 김병원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쌀 시장에 대해 “쌀을 가공하는 RPC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쌀 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가는 문제가 있다”면서 “전국에 있는 150여개의 RPC가 개별적으로 소비시장에 와서 쌀을 팔다 보니 쌀 가격이 인위적으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RPC란 미곡종합처리장(Ride Processing Complex)을 가리킨다. 산물상태의 미곡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시설인데 이들은 수확된 쌀을 산물상태로 수매하고 원료 반입과 선별 및 계량, 품질검사, 도정 및 제품 출하 등의 모든 작업을 대단위 자동화과정으로 일괄 처리한다. RPC들이 정부를 대신해 쌀을 수매하고 유통하는 규모는 전국 쌀의 42%에 달한다.
 
김병원 대표는 농협양곡이 쌀 가격 안정을 위해 RPC들의 경쟁을 완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RPC들의 쌀을 농협양곡이 모아 시장에 유통시키면 경쟁을 좀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병원 대표는 “RPC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도 주요 전략”이라면서 “농협양곡은 2020년까지 도마다 1개씩 총 7개를 인수하고 오래된 RPC들 40여개 정도를 조곡을 건조해서 보관만 하는 DSC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양곡은 올해 일단 2개의 RPC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DSC란 벼 건조저장시설(Drying Storage Center)을 가리키며 RPC의 건조 저장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되는 건조 저장 전용 시설이다. 김병원 대표는 RPC의 인수와 DSC 전환 등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30% 가량의 RPC가 없어지게 돼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김병원 대표는 “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쌀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양곡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을 활용한 새로운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가공 센터를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쌀 소비 촉진이 제일 좋은 방법”
또한 농협양곡이 쌀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부문은 쌀 소비 촉진 방안 수립이다. 그는 “쌀 재고 해소 방안으로 거론되는 대북지원은 정치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고 해외원조는 무상 지원시 10만톤당 2432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 이도 쉽지 않다”고 진단하고 쌀 소비 촉진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쌀 농사의 어려움으로 농사를 포기하거나 다른 작물을 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쌀 재배 면적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10년 89만2000ha가량이었던 재배면적은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81만6000ha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쌀 소비량이 줄고 수입쌀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면서 쌀 재고량은 2013년 74만6000톤에서 올해 132만8000톤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쌀 소비량은 식습관의 서구화에 발맞춰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05년 1인당 80.7kg에 달했던 쌀 소비량은 지난해 1인당 65.1kg까지 내려왔다. 재배 면적과 총 생산량이 아무리 줄어도 급격한 쌀 소비량 감소를 상쇄하기 쉽지 않은 속도다.
 
김병원 대표는 “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쌀 소비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양곡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을 활용한 새로운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가공 센터를 만드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병원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1인당 65kg 정도의 쌀을 먹는데 밀가루를 10kg 이상을 먹는다”면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가루로 만든 빵을 쌀가루로 대체하면 쌀 소비 촉진에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쌀가루 공장 같은 걸 만들어서 쌀빵을 만드는 대안이나 독일과 쌀가루 제분 기술을 제휴해 쌀국수를 만드는 대안 등도 쌀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즉석밥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병원 대표는 “햇반, 비비고 등 편리한 밥들이 이미 나와 있지만 우리는 나물을 넣어 즉석밥 형태로 나물밥을 만들어 직장인들이 아침밥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 급식용으로 떡을 공급해 아이들의 입맛을 패스트푸드에서 돌리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원 대표는 건강한 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쌀밥을 통해 영양분을 5%밖에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쌀눈이 붙어 있는 쌀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건강한 쌀을 제공하면 아무래도 국민들이 쌀을 더 먹어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내놨다. 실제 최근 현미와 백미의 장점을 모은 쌀눈쌀 관련 제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는 “농협양곡이 쌀과 잡곡을 적절하게 혼합해 쌀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 양곡 시장 60% 이상 점유하는 것이 목표”
 
▲ 김병원 대표는 정부가 쌀 수매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 생산량이 430만톤 정도 되는데 국민이 소비하는 양이 390만톤 정도”라면서 “정부가 10만~20만톤을 더 수매한다면 시중에 떠다니는 유통물량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농협양곡은 농협 위주의 쌀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병원 대표는 “농협 위주의 틀을 벗고 대형 급식소나 이마트 등의 대형마트, 대상베스트코, 풀무원 등의 유통 채널 점유 비율을 끌어 올려 현재 35%에 그치고 있는 농협의 양곡 시장을 적어도 60% 이상 점유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시장을 확보함으로써 일선의 RPC들이 쌀을 유통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농협양곡의 목표다.
 
쌀 수출도 빼놓을 수 없다. 김병원 대표는 “현재 몽골로 조곡을 수출하고 있고 중국 수출은 통관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호주 일부에도 나가고 있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의 한인 관련 지역에도 일부 수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농협양곡은 현재 경기도 안성시에 대규모 양곡유통센터를 짓고 있다. 안성 양곡유통센터가 완공되면 갖은 잡곡의 저장과 유통은 물론 쌀을 활용한 새 가공식품 개발 등을 위한 거점 시설이 된다. 김병원 대표는 “안성에 2만1000평의 땅을 사서 양곡 유통센터를 짓고 있다”면서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적극적 대처 필요한 시점”
김병원 대표는 쌀 시장 안정화과 소비 촉진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쌀가루의 밀가루 대체에 있어서 정부가 일정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병원 대표는 “쌀가루가 밀가루보다 비싸기 때문에 그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면 대체가 조금 더 원활해진다”면서 “수입 쌀에 붙이는 관세를 활용해 제분업자에게 쌀가루와 밀가루 가격의 차이를 보전해준다거나 쌀가루로 빵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주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병원 대표는 정부가 쌀 수매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 생산량이 430만톤 정도 되는데 국민이 소비하는 양이 390만톤 정도”라면서 “남는 40만톤을 시장에서 격리를 시켜줘야 국내 시세를 떠받춰 줄 수가 있는데 이 40만톤이 시장에서 돌아다니면 쌀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결국 정부는 공공비축량을 늘리고 그래도 남으면 지역농협들이 시가로 사서 시장에 유통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올해 정부가 공공비축용 39만톤에 시장격리용 20만톤 가량을 수매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10만~20만톤을 더 수매한다면 시중에 떠다니는 유통물량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원 대표는 “실지로 우리 국민들이 먹을 수 있는 양만 시장에 돌아다녀야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동물용 쌀 품종의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김병원 대표는 “청보리를 소가 먹을 수 있도록 조기수확 하듯이 동물용 쌀 품종을 개발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쌀 생산 증가를 막을 필요도 있다”면서 “실제로 외국은 이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용으로만 빠져 나가도 쌀 생산 증가를 막고 쌀이 남아도는 것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밖에 쌀 농사에 대한 대부 지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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