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의지 신호탄 대두

두 회사의 합병설은 지난 9일 양사의 합병관련 기사가 보도된 직후 본격화됐다. 이날 일부 매체는 “정부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 또는 매각 방안을 구조조정 차관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사전 실무회의에서 ‘해운사 매각 등 근본적 대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강경론까지 제기돼 강제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양사의 합병설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지난달 이미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설이 돌았다. 정부가 두 회사에 비공식적으로 자발적 합병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양사는 정부 측의 권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당시 한진해운 측은 “정부로부터 합병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았으나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고, 현대상선 측은 “정부로부터 (합병) 검토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구조조정 예상안 “사실무근” 반복
합병설 보도 직후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 및 해양수산부는 이날 제기된 ‘강제 매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출이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 등을 고려할 때 해운산업의 경쟁력 측면을 위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사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두 회사를 두고 정부의 구조조정 개입설은 끊이지 않았다. 한 매체가 경영난에 빠진 대형 해운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이들을 계열사로 거느리는 지주회사 성격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다.
해당 매체는 10일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 내 실무회의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할 상위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안이 나왔으며, SPC의 설립 방식과 운영재원 마련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원회는 보도 직후 부랴부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부인했다. 금융위원회는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대형 해운사를 계열사로 거느리는 지주회사 성격의 SPC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틀 새에 두 차례나 양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방안이 나왔다가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산업구조 개편을 진두지휘할 목적으로 설립한 ‘범정부 협의체’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어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경제 관계 정부부처 및 구조조정 관련 기관, 국책은행 등도 참여한다.
이 협의체에서는 국내외 산업동향 및 산업·기업에 대한 정보공유와 분석, 기업부채의 국내 주요산업 영향과 파급효과 분석 등을 진행한다.
그러나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구조조정 전략 조율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정부의 개입 자체가 한국 산업의 현재상황과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는 이유에서다. 통상마찰 소지는 물론 산업경쟁력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사 합병설 대두되는 까닭은
일부에서는 최근 두 회사의 합병설이 잇따르는 배경에 대해 경영상태 악화가 지목된다. 양사는 최근 업황 침체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주가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5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고, 한진해운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다.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내년 상환해야 할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은 6400억원이다. 지난 2분기말 기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885억원 수준이다.
한진해운 역시 내년 6300억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100억원 뿐이다.
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증권가의 한 연구원은 “선박 재배치 문제 등 운영적 측면 외에도 자금, 정부지원 정도, 합병 방법, 지주회사 행위 요건 등이 문제될 수 있다”며 “한진그룹 계열사는 물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주가가 앞서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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