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축·고용 불안…“변화 필요하다” 지적

지난 14일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올 연말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서울 3개, 부산 1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기업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울 롯데 소공점과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특허권 재승인에 성공해 각 회사가 향후 5년 간 운영을 맡게 됐다. 반면 서울 워커힐 면세점은 신세계DF이, 롯데 월드타워점은 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돼 기존 사업체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면세점 대전, “끝난 게 아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올해로 끝이 아니다. 내년 5월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2017년 12월에는 롯데 코엑스점의 특허가 만료된다. 현재 김포공항에서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코엑스점은 지난 2010년 롯데가 애경그룹(AK)로부터 이 면세점을 인수해 2012년 말 한 차례 특허를 다시 따낸 바 있다.
과거에는 10년마다 사업자를 선정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업기간 연장이 가능했지만,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5년마다 심사를 벌여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의무 입찰제로 변경됐다.
‘5년 시한부’ 면세점의 특성상, 대기업들의 면세점 유치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이르면 올 연말 후속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낼 계획인데, 이로써 내년 초 롯데, 신라 등이 특허를 놓고 또 한바탕 전쟁이 예고돼 있다.
공항면세점은 매장 위치가 정해져 있는 만큼, 입찰금액이 높은 기업이 특허를 가져간다. 반면 시내면세점의 경우 신청 기업이 후보지를 제안, 사업계획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를 거친 후 선정된다.
코엑스점은 현재 강남권에 남아있는 유일한 시내면세점으로 이 곳의 특허를 둘러싸고 ‘강남발 면세점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5년 시한부’, 투자 위축 시킬 것
이런 가운데 5년에 한번 면세점 운영업체를 선정하는 데 대한 업계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우선 면세점 사업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10월 롯데월드몰로 자리를 옮기며 매장 면적 확장과 인프라 구축 등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년 뒤 문 닫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거액을 투자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이 기간 안에 회수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세법 개정 당시 업계에서는 제도가 5년 입찰제로 변경되더라도, 기존 사업자들의 특허권을 쉽게 빼앗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번 결과로 기존 사업자가 처음 사업권을 박탈당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가 검토 중인 ‘특허수수료 인상’ 등이 실시될 경우 면세 사업자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우려도 있다.
증권가의 한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한국 면세점의 최대 강점인 ‘사업 안정성’의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매출이 좋아도, 투자가 많아도 면세점 특허권을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규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5년 후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향후 대규모 투자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기존 대형 사업자는 시내점의 현금 창출력을 통한 해외 확장이 부담스러워 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장 직원들은 어디로…”
‘고용 불안’도 면세점 사업권 선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정규직 직원 등 1300여 명, 워커힐에는 900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권이 만료가 되면 이들의 고용 승계가 100%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5년마다 반복되는 입찰 경쟁에 고용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15일 “면세점은 협력업체 포함 3000명을 고용하는데, 무엇보다 그분들에 대한 고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고용 불안 등의 문제점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면세점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5년 기한 등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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